삼성 ‘무감산’ 안먹혔나, D램 점유율↓…투자는 역대 최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역대 최고액인 5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두 회사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 정반대 방향으로 ‘반도체 겨울나기’에 나섰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재고자산은 54조4196억원이다. 이중 DS(반도체)부문 재고가 31조9481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7조1822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18조7953억원)보다 69.9%,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10조3927억원)보다 65.3% 늘었다.
삼성전자 전체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52조1878억원)보다 4.3% 증가한 54조4195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전·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 재고자산은 20조1901억원(지난해 말)에서 19조8208억원(1분기 말)으로, 디스플레이(SDC)부문은 2조1661억원에서 1조7014억원으로 각각 1.8%, 21.5% 줄었다. 다만 전장사업 부문인 하만의 재고자산은 2조1026억원에서 2조2083억원으로 5% 늘었다.
삼성전자의 전체 자산 중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6%에서 12%로 0.4%포인트 높아졌으며 재고자산 회전율은 4.1회(지난해 말)에서 3.5회(1분기 말)로 낮아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가 빠르게 소진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비중은 15.1%에서 16.5%로 1.4%포인트 높아졌으며 회전율은 2.4회에서 1.6회로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D램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43.1%)보다 43%로 소폭 하락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까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무(無)감산’을 통한 점유율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해 감산과 투자 축소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년 만에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투자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씨앗 심기에, SK하이닉스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9226억원)보다 11.1% 증가한 6조5790억원을 집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올 1분기 시설투자액은 10조7388억원인데 이중 반도체에만 90%가 넘는 9조7877억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의 R&D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2043억원)보다 9.5% 줄어든 1조895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설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4조6930억원)보다 62.8% 감소한 1조7480억원으로 나타났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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