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유족, 제3자 변제 정부안 수용…일본제철 상대 소취하
강제징용 피해자 고 여운택 씨 유족이 대법원에서 심리중이던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의 주식특별현금화 매각명령 사건을 취하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여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대신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의 대상이다. 강제동원 피해 확정 승소 판결 후 배상 대상이 된 15인 중 1명이다.
이번 소 취하는 재단 측의 변제가 진행됨에 따라 기존에 여씨 유족 측이 가지고 있던 채권이 소멸돼, 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압류 사건 등을 해제하는 절차를 밟는 수순으로 보인다. 재단에 따르면 이는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한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한 첫 사례다. 앞으로 제3자 변제에 동의한 다른 9명의 피해자 유족들도 변제가 진행됨에 따라 차례로 관련 소송을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씨 유족이 취하한 주식특별현금화 매각명령 사건은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씨를 비롯해 다른 원고들이 있는 사건이라, 여씨 유족이 취하하더라도 심리는 그대로 진행된다.
여씨는 1943년 일본제철의 공원 모집 광고를 보고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반감금 상태에서 혹사당했다. 1945년 공습으로 제철소가 파괴되자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씨는 1997년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법원에 일본제철을 상대로 배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최종 패소했다. 2005년엔 이춘식 씨 등과 국내 법원에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다. 여씨 등은 1·2심에서 패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고, 재상고심을 거쳐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소송 과정에서 여씨는 “18살에 일본에 가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나처럼 원한 맺힌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이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소송 도중인 2013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본제철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여씨의 유족 등은 일본제철의 한국자산인 PNR 주식 8만1075주를 압류하고 이를 현금화 해달라는 주식압류 및 주식특별현금화 매각명령 소송을 2018~2019년 각각 제기했다.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일본제철이 항고했지만 2심을 맡은 대구지법 역시 여씨 유족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제철의 재항고로 대법원은 주식특별현금화 매각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이었다.
지난 2018년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된 강제징용 피해자는 총 14명이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를 포함해 재단이 제3자 변제 대상으로 꼽은 피해자는 총 15명이다. 이 중 12명은 소송 과정에서 사망해 유족이 소송을 이어받았고, 현재 생존자는 3명이다.
재단에 따르면 15명 중 10명의 유족은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동의했다. 이춘식·김성주·양금덕 생존피해자 3명과 사망 피해자 2명의 유족은 제3자 변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제3자 변제 금액은 1인당 약 2억~2억8000만원이다. 2018년 대법원이 약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내렸지만, 일본 피고 기업들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해 지연되며 이자가 붙은 액수다.
한편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외에도 강제징용·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법정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고등법원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 등 3건이, 중앙지법엔 일본제철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등 13건이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노역 임금을 달라'며 낸 임금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열리기도 했다.
김정연·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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