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끼 667원 가성비 '라면' 덕에…라면업계 1분기 살았다
[한국경제TV 김예원 기자]
<앵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꼭 필요한 곳에도 돈을 아끼는 '불황형 소비' 경향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산업 2부 김예원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라면3사 같은 경우는 예견된 호실적이었죠?
<기자> 네, 맞습니다.
3사 모두 올해 1분기 매출이 15% 이상 올랐습니다.
앞서 증권가에서 불황에 라면이 잘 팔린다 이런 보고서를 냈었거든요.
한 편의점의 연도별 라면 매출 신장률 추이를 가져왔는데요.
고물가가 지속됐던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수치가 이전보다 훨씬 큰 걸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축소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에 매우 민감해진거고요.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도가 높은 라면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업계가 지난해 라면 값을 올리지 않았습니까? 그 효과도 크겠습니다.
<기자> 네, 지난해 원재료 값 상승을 이유로 라면업계가 10% 안팎으로 라면 가격을 올렸었는데요.
국제 밀 선물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46%나 하락하는 등 올해 소맥, 팜유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거든요.
가격은 올렸는데, 원가는 줄고, 매출은 늘면서 라면3사는 다른 식품회사에 비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또, 해외에서도 K-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죠.
1분기 라면 수출액은 약 2,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면서 라면3사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라면은 다양한 이유로 실적이 좀 좋았던 것이고, 이렇게 소비자들이 최대한 돈을 아끼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면서 유통가 실적이 좀 희비가 갈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올해 들어 소비경기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유통업계가 1분기 실적에 줄줄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늘며 고공행진하던 백화점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신세계백화점은 8분기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현대백화점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7.4% 줄었습니다.
지난해 1분기 명품 매출이 30%씩 성장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3사 모두 매출이 한 자릿수 증가하는데 그쳤고요.
대형마트 같은 생활 밀착형 유통채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불황으로 인한 장바구니 부담이 상승하면서 롯데마트, 이마트 모두 매출이 2% 넘게 줄었습니다.
다만, 이제 편의점 같은 경우에는 선방했는데요.
올해 3월 편의점 즉석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6% 급증했습니다. 이게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거든요.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편의점이 식당으로 변모하고 있죠.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수요가 이러한 매출 호조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근거리에서 소액 쇼핑이 가능한 편의점이 불황에 선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할 텐데, 좀 어떻게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5월에는 아무래도 연휴도 많고 봄 날씨라 바깥 활동하기도 좋죠. 이러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소비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나왔었는데요.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다시 위축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우선 한국은행의 소비자 심리 지수를 보면, 지난해 4월 리오프닝 당시 100를 넘는 수치에서 계속해서 하락하다가 최근에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100 이하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고요.
특히 누적된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4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거든요.
이자부담이 늘면 그만큼 소비여력이 줄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런 가운데 내일부턴 전기와 가스요금이 오르는데다, 물가도 여전히 불안하죠.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요인들입니다.
때문에 민간소비가 회복되더라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민간소비가 줄어들 위험이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김예원 기자 yen8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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