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잘팔려"…해외서 각광 K-라면, 1분기 호실적(종합)
미국·중국 등 현지 생산·유통망 확대 효과
원가 부담에 영업이익은 일부 감소
국내 라면 업계 '빅3'로 불리는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이 수출 증가와 제품 가격 인상 등의 효과로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나란히 두 자릿수로 뛰었다. 치솟는 원가 부담을 상쇄하지 못한 삼양식품을 제외하고는 농심과 오뚜기의 영업이익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에도 '불황형 소비'의 대표 품목인 라면이 꾸준한 인기를 누린 결과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1위 농심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한 860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85.8%나 성장한 638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의 1분기 성장은 미국법인이 주도했다. 올해 1분기 농심 미국법인의 총매출액은 1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4억원가량 오른 18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 가운데 미국법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공급량 확대된 결과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 라면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인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은 한국에서 제품을 수출하며 수요를 맞추다가 미국 제2공장이 가동되며 현지에서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졌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도 2공장 가동에 따른 효과다. 한국에서 수출하던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대체해 물류비의 부담을 덜었고, 현지 공장의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농심 라면은 미국 대형마트인 샘스클럽에서 117%, 코스트코에서 5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 지난해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평균 9% 인상한 효과도 더해졌다.
농심은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제3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미국 1, 2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70%대에 이르고 있다"며 "최근의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수년 내 제3공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매출이 24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 비중 가운데 라면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1분기 매출의 64%인 1579억원은 일본과 중국, 미국 등 해외 사업을 통해 올렸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중국 법인에서는 주요 제품인 불닭볶음면이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이미 판매망을 꾸린 월마트에 이어 코스트코도 입점이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K-푸드 문화가 확산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삼양식품은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예상치 260억원보다 낮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매출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밀가루나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물동량 증가로 내륙 물류비가 늘면서 매출 원가가 많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오뚜기는 올해 1분기 매출이 8567억84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4% 늘었고 영업이익도 653억71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된 요인으로 라면류와 간편식류의 매출이 늘어난 점을 꼽았다.
한편 이들 3사의 해외 사업이 선전하면서 올해 1~3월 라면 수출액은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 기간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약 2744억원)로 전년 동기(1억8193만달러)보다 14.3%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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