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무려 53번, 세지는 강도… ‘동해 큰지진’ 불안 확산

김재환 2023. 5. 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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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동해 북동쪽 해역 52㎞서 규모 4.5 지진
12년 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추정
“원인 진단 위해 해저 단층 조사 필요”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의 지진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하순부터 크고 작은 지진이 내륙과 해상에서 53차례 일어나더니 15일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 지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12년 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추정한다. 다만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 등을 두고선 분석이 엇갈렸다.

규모 2.0→4.5, 한 달 새 53번 지진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7분쯤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일어난 곳을 기준으로 50㎞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1위에 해당하며, 관측 이래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는 22위인 이르는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강원도는 물론 충북과 경북 일부 지역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지진 발생 해역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져 왔다. 당시 7일간 모두 30차례의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동해안 지역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지진은 지난 8일부터 다시 관측됐다. 동해시 인근까지 범위를 넓히면 최근 한 달 사이 53번이나 땅이 흔들렸다. 2.0 이상의 지진이 16차례였고, 나머지는 2.0 미만의 미소지진이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8일처럼 하루에만 7차례 지진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동일본 지진 이후 지각 약해져
기상청은 이날 지진이 역단층 운동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본다. 역단층은 지각판의 경계에서 한쪽 판이 다른 판 아래로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 동해 해저에 있는 단층에 미는 힘이 전해져 상반이 하반을 타고 올라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과학과 교수는 지난 5~10일 일본 도야마현 북쪽 해상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4차례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일본도 최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데 동일본 지진이 일어나면서 판이 밑으로 들어가고 위 판의 경계를 건드리며 단층이 활성화된 것 같다”며 “지진이 일본부터 동해, 내륙까지 선상으로 발생하는데 그걸 연장하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곳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동해 일대 지진의 깊이에 초점을 뒀다. 이번 지진은 깊이가 31㎞에 달했는데, 최근 동해 해상에서 발생한 45차례의 지진 중 깊이가 20㎞ 이상인 건 31차례였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내 지각의 응력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기존 한반도에서 발생한 것보다 더 깊은 지진을 만들고 있다”며 “최근 괴산(깊이 12㎞)과 해남(깊이 20㎞)에서 깊은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 일대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비교적 깊다”고 분석했다.

대지진 전조? 해저 단층 조사 필요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나뉜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동해 일대는 원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라며 “이례적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홍태경 교수는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반복되는 ‘군집형 지진’에 해당한다며 단층을 약하게 만들어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군집형 지진이 한반도에서 자주 관측되는 건 아니다”면서 “단층에 쌓인 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단층을 작게 쪼개는 역할도 한다. 약해진 단층이 한순간에 부서지면 큰 지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해 일대 지진의 원인을 정밀 진단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동해 해저 단층에 대한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문가 의견이 일치했다. 현재로서는 단층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룬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지금 지진도 어느 단층에서 발생했는지, 큰 지진이 올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응력이 남아있더라도 반드시 큰 지진이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진 발생이) 해역이어서 관측장비 설치 등 여건이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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