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D-1’…당정 거부권 건의에 “환영” vs “총궐기”

16일 국무회의 앞두고 반으로 쪼개진 의료계
의사, 간호조무사 “거부권에 면허박탈법도 포함”
간호사들 “간호법 제정은 대통령 공약…공포해야”

간호법 시행에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지난 11일 2차 부분 파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면허박탈법 폐기 전국 2차 연가투쟁' 집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등 보건의료연대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15일 당정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간호사들은 총궐기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간호법 공포를 촉구하고 있다.

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며 “간호법 거부권 건의 결과에 환영과 안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연대는 의료인 결격·면허 취소 사유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거부권 건의 대상에서 빠져 유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대통령 거부권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들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면허 박탈법도 간호법과 함께 졸속 상정된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에 포함돼야 함이 마땅하다”며 “우발적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료인은 상대적으로 가장 덜 위험한 분야를 택하고 방어적인 행동 양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분야 기피를 시작으로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를 가속해 국민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 대표단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간협 회관 앞에서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 농성을 이어가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에 맞서 간호사들은 간호법 공포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간호법 제정이 대통령께서 약속한 공약인 만큼 울분과 분노를 누르고, 허위사실의 실체를 밝히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간호법이 국민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간호사들에게 씌웠다”면서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잡고, 발언의 책임자들을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합의로 출발했고, 여야 모두가 대표 발의했을 뿐 아니라 국회법에 따라 무려 2년간 4차례 법안심사 등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심의, 의결됐다”고 덧붙였다.

간협은 “대통령님께서 약속하신 말씀대로 공정과 상식에 입각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며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간호법을 공포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이날 간협은 앞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방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참여 인원 중 98.6%인 10만3743명이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간협은 의료연대처럼 파업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화 중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당정이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함에 따라 윤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을 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간호법은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돼 오는 19일이 시한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양곡관리법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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