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태양광의 ‘데자뷔’… 중국, 그린 수소 대약진

황민혁 2023. 5.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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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 이어 그린 수소(친환경 수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수전해에 활용해 만든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부른다.

중국 수전해 기업들은 주로 알칼라인(AE) 수전해 방식으로 그린 수소를 만든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그린 수소 생산은 안정적인 수전해 과정을 요구한다. 청정수소의 상용화를 위해선 우선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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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 이어 그린 수소(친환경 수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다.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수소경제 생태계’를 중국이 장악한다는 위기감이 높다. 미국 유럽은 10년 전 ‘태양광의 경험’을 떠올리며 경계한다. 당시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저가·물량 공세로 유럽에서 쥐고 있던 시장 주도권을 가져갔다. 똑같은 일이 그린 수소 시장에서도 벌어진다는 우려에 유럽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15일 블룸버그네프에 따르면 세계 수전해 상위 5개 기업(생산능력 기준) 가운데 3곳이 중국 기업이다. 페릭(PERIC), 론지(LONGi), 선그로우(Sungrow)는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수전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게 수전해다.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수전해에 활용해 만든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부른다. 그린 수소가 미래 경제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할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어 탈탄소 경제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기도 한다.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중국 수전해 기업들은 주로 알칼라인(AE) 수전해 방식으로 그린 수소를 만든다. 투자비 부담이 적은 대신 수소를 생산할 때 전력을 많이 쓴다.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고체산화물(SOEC) 전해조(물 분자를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장치)와 양성자교환막(PEM) 전해조에 주력하고 있다. 높은 기술을 요구하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다만 수소를 생산할 때 소모하는 전력이 비교적 적어 효율성이 높다.

에너지 업계에선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 확장을 무게중심 이동의 신호탄으로 본다. 알칼라인 수전해 방식의 생산능력 점유율은 2021년 74%에서 내년에 7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 이전에는 유럽의 점유율이 우세했지만, 이후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수전해 설비 용량이 오는 2030년 25기가와트(GW), 2060년 750GW까지 증가해 세계 수전해 설비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중국 수전해 업체들은 올해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소 강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은 2030년까지 전해조 설비 확충 목표를 5GW 이상으로 설정했다. 유럽연합(EU)은 그린 수소와 그레이 수소(천연가스를 이용해 얻은 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의 생산단가 차액을 보조금으로 주는 ‘탄소차액지원계약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세계 최초로 그린 수소 세액공제를 넣었다. 블룸버그네프의 수소 애널리스트 샤오팅 왕은 “서구의 국가들이 태양광 패널 악몽을 다시 겪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한국도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등에서 앞서지만 그린 수소 생산에선 뒤처진다고 지적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그린 수소 생산은 안정적인 수전해 과정을 요구한다. 청정수소의 상용화를 위해선 우선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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