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반역?…와그너 수장, 우크라에 "러군 위치 정보 주겠다" 제안

"바흐무트서 우크라 철수하면 러군 위치 공유" 제안
"러군 사기저하 틈타 크름반도 공격 종용"
우크라 "거짓 제안 가능성에 거절"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 그룹의 에브게니 프리고진 수장이 지난 12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민간 용법업체 와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군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이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잭 테세이라 미 공군 소속 일병에 의해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에서 해당 내용을 다룬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지난 1월 전쟁 중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HUR) 관계자와 사령관들에게 비밀리에 접촉했다. 그는 전략적 요충지인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군 위치 정보 공유를 제안했다. 다만 어느 러시아군의 위치인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2명의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프리고진이 HUR에 바흐무트를 놓고 제안을 한 것은 사실이며 한 번 이상 접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프리고진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그의 제안이 거짓일 가능성 때문에 거부했다. 미국 정부도 프리고진의 의도에 대해 의심을 하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정보장교에게 러시아 군대가 탄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사기가 저하된 상태일 때 크림반도 공격을 추진하라고 종용한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와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에게 충분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고 바흐무트 전투로 자신의 군사조직이 입는 피해가 큰 것을 우려하고 있어 해당 전투 지역 추가 배치에 대한 명령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 WP는 다른 문건에서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 고위관리들 간 권력 다툼이 묘사돼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프리고진은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합참의장)이 자기 군대에 탄약 공급을 중단했다고 공개 비난해왔다. 지난 5일에는 러시아국방의 지원이 없다면 자신의 군대를 전투에서 철수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크렘린궁을 압박한 바 있다.

WP는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지만 와그너 그룹 용병과 러시아군의 목습을 맞바꾸려 한 제안이 반역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호정보(SIGINT)를 통해 작성된 문건에는 크렘린궁이 프리고진과 HUR이 내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해당 사안과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프리고진도 WP 질의에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