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공, 백현동 사업 하려면 1200억 더 내라” 정진상에 도달한 옥중청탁

허정원, 최모란 2023. 5. 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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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제된 것이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전달한 청탁의 결과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법무부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 대한 공소장에서다. 공소장에는 김 전 대표가 2015년 2~3월과 4월 2회에 걸쳐 민간사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로부터 “(성남도공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1200억원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을 받고 정 전 비서관에게 성남도공 배제를 요청했고, 이후 단계적으로 성남도공이 사업에서 발을 빼는 과정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성남도공이 배당수익까지?” 정진상에 도달한 ‘메모 청탁’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진상 실장은 성남시 정책비서관 시절,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공소장에 따르면 정바울씨는 김 전 대표에게 성남도공 배제 청탁을 주문하면서 연구·개발(R&D) 용지와 건물까지 (성남시에) 기부채납 하는 상황에서 성남도공까지 (백현동) 사업에 참여할 경우, 성남도공에 배당수익 일부를 분배함으로 인해 본인에게 돌아갈 이익이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정씨는 이같은 내용을 메모장에 써 보여주며 부탁을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비슷한 시기 정 비서관에게 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성남도공까지 참여하면 사업 수익성이 너무 악화되니, 성남도공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부지 대금 절반에 해당하는 1200억원을 내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성남도공이 사업에서 빠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청탁은 김 전 대표가 다른 사건으로 구금(2015년 4월~2016년 4월)돼 있던 중에도 계속됐다. 정바울씨는 2015년 4월 ‘대출이자로 한 달에 1억5000만원 정도가 나가고 있으니 최대한 신속하게 지구단위계획이 승인되도록 도와주고, 성남도공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1월 안양교도소에 장소변경 접견 형태로 면회를 온 정 비서관에게도 재차 이 내용을 전달했다. ‘R&D부지 전체를 다 기부채납하는데, 성남도공까지 들어오면 사업이 어려워진다. 지구단위계획을 넣었는데 한번 살펴보라’는 내용이었다.


민간업자 ‘성남도공 배제’ 요구, 실현됐다 본 檢


과거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백현동 아파트. 검찰은 김인섭 전 대표가 전달한 정바울 (주)아시아디벨로퍼 대표의 청탁에 따라 해당 부지의 용도상향, 임대아파트 공급 하향(100→10%) 등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함종선 기자.

검찰은 정 대표의 1차 청탁이 전달된지 6~7개월 후인 2015년 9월, 성남시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지역을 자연녹지→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면서 “성남도공의 사업참여 및 사업참여를 위한 진행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2차 청탁이 전달될 무렵인 2016년 1월 성남시는 아시아디벨로퍼 측이 공공기여 일환으로 제시했던 100% 민간임대아파트 공급 조건도 10%으로 줄였고, 나머지 90%는 일반분양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승인해줬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성남도공의 사업 배제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단계였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도공의 구체적인 사업 배제 정황은 진행중인 본류(배임) 수사에서 추가적으로 밝혀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정씨로부터 ▶2012년 6월~2013년11월 74억5000만원 ▶2015년 9월~2017년 4월 2억5000만원 ▶2017년 11월 백현동 개발사업 공사현장 음식점(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것은 이같은 청탁의 대가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김인섭, 사비털어 선거사무소 선점도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모자이크)가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 외에 김 전 대표가 2014년 12월 정진상 비서관에게 “ R&D용지 비율이 너무 높다”며 “주거용지와 R&D용지 비율을 7대 3이나 적어도 6대 4로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판단했다. 당초 주거용지와 R&D용지의 비율을 5대 5로 정했던 성남시는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비서관의 결재를 거쳐 해당 비율을 6대 4로 변경했다.

김 전 대표는 또 본인의 사비를 털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2014년 6월 지방선거)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3월 김 대표는 이재명 대표 측으로부터 선거사무소로 모란역 소재 A빌딩 사무실을 선거사무소로 사용하고자 하니 미리 선점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사비로 해당 사무실 공간의 보증금과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A사무실을 선점했고, 이 곳은 2014년 5월부터 이재명 선거캠프의 공식 선거사무소로 실제 사용됐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또 ‘형수 욕설 파문’ 논란으로 인한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정진상 비서관과 선거전략을 수시로 논의하고, 본인이 이 대표 후원회 계좌에 500만원을 후원하면서 지인들에게도 이 대표를 후원하도록 하는 등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점도 공소장에 적었다.

허정원ㆍ최모란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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