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새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이들
[정수근 기자]
▲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통해 새들을 만나는 사람들. 즉 야생과 교감하는 사람들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란 말에서 느껴지듯 그만큼 첩첩산중의 오지 중의 오지의 고장으로만 알려진 그 인제다. 그런데 난생 처음 가본 인제는 오지란 이미지 보단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줄기가 흐르는 소양강이 흐르는 도시. 그리고 산새들의 도시로 각인된다.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
바로 지역의 우수한 생태적 자산을 활용한 여행인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타진해본 '사전 답사 여행'(팸투어)인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에 다녀온 것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생태투어는 5월 12일부터 14일간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고 (사)하늘내린인제로컬투어사업단이 주관하고, 생태 관련 교구와 장비 판매 및 교육사업으로 이름 높은 에코샵홀씨(주)가 주최했다.
▲ 소리로 만다는 산새 투어에 참가한 사전 답사 여행 참가자들이 인제의 숲에서 새 소리와 야생의 질서를 만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소리로 만나는 산새 투어'란 이 생소한 프로그램은 에코샵홀씨가 두 번째로 마련한 생태 강좌 겸 생태 여행 프로그램이다. 에코샵홀씨 20주년 기념 특별강좌 "두번째 새소리 필드워크 - 소리를 보다, 생명의 소리를 듣다"로 소개된 이번 프로그램의 설명을 잠깐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자신의 암자인 도연암을 찾는 150종의 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열강하는 도연 스님 |
ⓒ 한상훈 |
이번 산새 투어의 시작은 탐조가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진정한 새들의 벗인 도연 스님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도연 스님은 "거대한 공룡이 '새'로 진화했다"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중국의 한 고장에서 발굴된 공룡화석으로부터 공룡의 앞발이 날개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주었는데, 그 거대한 공룡이 몸집을 줄이고 줄여서 작은 새로 진화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비였다.
이어 자신의 암자에 날라 오는 약 150여 종의 산새들과 어떻게 교감해왔는지를 아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주었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은 둥지상자의 기능이다. 집을 지을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새들을 위해서 둥지상자를 만들어주는 것은 생태적으로 아주 훌륭한 보시 행위이자 생태교육 행위란 것이다.
이른 새벽,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사람들
▲ 에코샵홀씨 양경보 대표가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려주면서 참가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
ⓒ 한상훈 |
새 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구애의 소리인 'song'과 위급할 때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내는 소리인 'call'로 구분되는데 새의 노랫소리는 암컷을 부르는 구애의 소리인즉 그것이 종족 번식이라는 생존 본능과 연결돼 있는 까닭에 그렇게 아름답게 진화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꼭 감고 귀를 쫑긋 세워보라. 가장 부드러운 소리에서부터 가장 원시적인 소음에 이르기까지 가장 단순한 음에서부터 천상의 하모니에 이르기까지 가장 상냥하고 달콤한 음성에서부터 가장 난폭하고, 격정적인 울부짓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소리는 자연의 언어이다. 자연은 다양한 소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힘과 삶과의 관계를 드러낸다. '보이는 세계'에 눈을 감고, '들리는 세계'에 귀 기울이면,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포착하게 될 것이다."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을 포착하는 시간은 그 다음날 주어졌다. 13일 새벽 동이 트기 전인 새벽 5시에 이들은 체험장의 마당에 모여서 뒷산에서부터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새벽 탐조에 나선 참가자들이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 양경모 |
산솔새의 노랫소리를 시작으로 뻐꾸기, 소쩍새, 노랑턱멧새, 묏비둘기, 꿩, 흰눈섭황금새, 방울새, 알락할미새, 되지빠귀, 벙어리뻐꾸기 등의 노랫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어 들려왔다.
▲ 노래 부르는 새를 망원경으로 찾아 보고 있다. 숲속에서의 탐조 시간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김호진 해설가가 한 너럭바위 앺에서 이 바윗돌의 생성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제비꽃 중 하나인 졸방제비꽃의 아름다운 자태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숲속에서 만난 야생화 금낭화의 아름다운 자태.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자연생태 서적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 중 하나인 <모래 군의 열두 달>의 저자 알도 레오 폴드는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을 남겼다.
"야생 세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이 수필집은 그렇지 못한 어떤 사람의 환희와 딜레마를 담은 것이다. 야생 세계는 진보로 인한 파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람과 일몰이 그런 것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 우리는 더 높은 생활 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리고 자유로운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부닥쳐 있다. 우리 소수파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보다 기러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고귀하며, 할미꽃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언론의 자유만큼이나 소중한 권리이다"
▲ 숲속에서 대자연의 야생과 교감하고 이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로부터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수령 100년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와 교감하고 있는 한 참가자.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인제철리길의 하나인 발달고치 숲길에서 만난 등산 리본이 아름답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박달고치숲길의 한 바위틈에 박새가 지은 집이 목격됐다. |
ⓒ ㄷ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숲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야생과 교감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산새들의 소리를 통해 새들을 넘어 야생과 교감하는 이들이 망원경으로 산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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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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