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이 대박 된다”…SK·롯데 이어 고려아연도 투자 팔 걷어붙였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업들이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꼽히는 동박 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10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 선점을 공장 신·증설 투자가 활발하다. 이른바 ‘동박에서 대박 찾기’다.
국내 업체들 동박 시장 3분의 1 점유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지분 100%를 보유한 동박 제조 자회사인 케이잼에 500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케이잼은 지난해 말 연산 1만3000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완공하고 올해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양산 시작 전부터 500억원을 더 들여 공장 증설에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후 2차 증설에 나서 2027년까지 연 6만t 규모로 생산 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동박은 구리를 녹여 머리카락 두께의 20분의 1 정도로 얇게 펴서 만든 막이다. 음극재를 둘러싸는 구리막으로,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이자 배터리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한 대에는 동박이 대당 30㎏ 정도 들어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1년 26만5000t이던 동박 수요가 2025년 74만8000t으로 연평균 4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조원 남짓에 불과했던 동박 시장은 2025년에는 10조원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산량으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가 생산 능력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다. 국내 2위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스페인 카탈루냐주에 50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동박 공장의 투자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서 새롭게 출범했다. 현재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카탈루냐주에 연간 2만5000t 규모의 동박 공장을 건설 중이다. 북미에도 신공장을 지어 2027년까지 연산 23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스페인 현지 매체는 이 공장의 투자 규모가 6억 유로(약 87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투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었다”며 “(추가 투자가) 생산 능력 확충에 쓰일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국내 업체는 전 세계 동박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C가 인수한 SK넥실리스의 시장 점유율은 22%(세계 1위)에 이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점유율 13%로 세계 4위권이다. 세계 2·3위는 중국과 대만 업체다.
연평균 40% 성장…2025년 10조원 예상
시장에서는 시장 수요가 회복되고 해외 공장 양산이 시작되는 올 하반기부터 동박 업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분석한다. SKC는 올 하반기 말레이시아와 내년 폴란드에 공장을 가동해 연간 생산 능력을 16만t으로 키울 예정이다. 북미에서도 2026년 생산을 목표로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도 투자를 늘리면서 전체적으로 물량이 과잉 공급이 되고 있으나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동박과 종류가 달라 큰 위협요인은 아니다”며 “전기차 성장세와 북미 수요가 늘 것을 고려하면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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