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중재한다며 보낸 中특사…푸틴 훈장 받은 10년 '러시아통'

박형수 2023. 5.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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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후이(李輝·70) 중국 유라시아 특사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유럽 순방을 시작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가장 좋은 친구’인 중국이 평화회담의 중재자로 나섰다”며 “속내가 분명치 않다”는 식의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리후이 유라시아 특사를 우크라이나·폴란드·프랑스·독일·러시아 등 5개국에 파견해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 방안에 대한 당사국 논의를 시작한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특사 방문은 평화회담을 촉진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한 증거이자, 평화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특사 순방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특사 파견을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시 주석은 “전쟁을 종식할 유일한 해법은 대화”라고 강조하며 평화회담을 추진할 특사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순방에 나선 리 특사는 러시아 대사(2009~2019년 재임)만 10년을 지낸 ‘러시아통’으로, 대사 재임시 중·러 관계 개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호훈장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중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정책이 러시아의 입맛대로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이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12가지 요구가 담긴 평화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평화안은 단지 러시아의 요구를 되풀이했을 뿐이며, 이후 시 주석은 ‘가장 친한 친구’인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종식을 위한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순방 역시 중국이 진정 평화주의자가 되려는 건지, 평화주의자인 척만 하는 건지 회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당시 리후이 주러시아중국대사에게 훈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신화사]


CNBC 역시 “중국은 반(反) 서방 입장으로, 러시아와 이데올로기적으로 일치하며 두 나라는 ‘다극적 국제질서’를 보고 싶어한다”면서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유럽의 가장 피비린내 나는 분쟁 종식의 해결사로 나선 중국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에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현지 매체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리 특사의 임무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해 평화 방안을 도출하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가 이미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패배했으며, 사실상 중국의 속국이 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군사적으로 승리해선 안된다”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결국 불가피하게 열리게 될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 이슈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리제궁은 프랑스를 깜짝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의 만남 후 성명을 내고 “향후 수주간 수십 대의 경량 탱크와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며, 방공시스템도 추가로 지원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독립·주권·영토 보전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14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 도착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환영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을 앞둔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주말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프랑스까지 유럽연합(EU) 3개국을 순방하며 적극적인 외교전을 벌여왔다. 독일에서 27억 유로(약 3억9400억원)의 대규모 추가 지원을 약속 받은 데 이어, 프랑스의 추가 원조도 이끌어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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