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기면 스케치북도 들지 마?" 야구장 여성팬들 뿔났다
[이진민 기자]
5월, 모든 스포츠에서 혼전이 일어났다. 프로야구는 개막 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3강 구도가 형성되었고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달 만에 승리를 거뒀다. 프로농구는 안양 KGC가 통합 우승을 해내며 V4를 달성하였다.
치열한 혼전은 경기장의 열기로 이어졌다. 경기 직관은 물론, SNS와 스포츠 커뮤니티를 활용한 온라인 응원이 활발한 요즘이다. 그러나 그런 응원의 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얼굴로 평가받는다. 성적 비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지난 4월 1일 2023 프로야구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이 야구팬들로 가득 차 있다. |
ⓒ 연합뉴스 |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팬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그중 프로야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서 프로야구 구단 코어 팬인 '고관여팬'은 남성이 45.9%, 여성이 53.0%로 나타났고 최근 5년 이내 직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팬은 90%를 웃돈다. 야구 경기에 웃고 우는 '야빠(야구빠의 줄임말)'들이 더는 남성들만의 영역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 스포츠 커뮤니티 내 게시글 |
ⓒ 디시인사이드 |
여성 팬을 향한 비하는 얼굴에 그치지 않았다. 여성 팬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성기 명칭('○○년')이나 여성의 월경을 비하한 단어('피○개')를 사용하고 게시글이 주류 의견과 다르거나 작성자가 여성으로 추정될 경우, 해당 표현을 사용하며 작성자를 비난하는 동조 댓글이 이어진다. 스포츠 선수를 응원하는 주요 채널에서 여성 팬을 배척하는 악습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여성 팬은 "스포츠 선수를 응원하려면 경기 직관 외에도 SNS나 스포츠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 여성 비하적인 태도를 취해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여성 팬을 향한 온라인 혐오가 경기장에서 이어질까 염려스럽다"고 답하였다.
여성 팬을 무시하는 건 단지 커뮤니티 사용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야구 중계 당시 한 해설위원은 "여성 팬들은 배트만 맞으면 환호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성은 스포츠에 무지하고 함부로 평가당해도 된다는 차별적 논리에 야구 전문가들까지 힘을 보탠 꼴이다.
스포츠 구단의 승부수, 여성 팬
▲ LG 트윈스와 캐릭터 '루피' 콜라보 |
ⓒ KBO |
실제로 여성 팬이 남성 팬보다 구매력이 높다는 통계가 있다.
'2022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 관람객의 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 SNS나 유튜브 콘텐츠 또한 상대적으로 여성 팬들의 관심을 받다 보니, 여성 팬을 타깃으로 한 캐릭터 콜라보나 SNS 이벤트도 증가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음료, 코스메틱 브랜드를 뒤이어 여성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잔망루피'와 콜라보 굿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포츠 커뮤니티의 배척과 구단의 환대 사이에 여성 팬들은 혼란스럽다. 한 여성 야구팬은 "팬이 아닌 소비자로서 인정받는 기분"이라며 여성이 구매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자 환영받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반면, "여성 팬의 파급력을 안다면 결국 스포츠 판은 여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확장될 여성 팬의 입지를 기대하는 팬들도 있었다.
여성 팬 없으면 스포츠도 없다
"팬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2022년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 김선형 선수의 말처럼 팬이 없는 스포츠는 없다. 스포츠에 응원하는 팬들이 없다면 경기장에는 승패만 있을 뿐, 그 이상의 승리는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0) 홍보팀 관계자는 "가족 스포츠로 변화하기 위해 여성 팬과 함께 어린이 관람객, 장애인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라며 "특히 작년에 진행한 팝업 스토어에 여성 팬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셨고 이에 감사할 따름"이라 밝혔다. 더불어 "모든 팬의 응원이 소중하며 관람문화는 현재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라 기대감을 표하였다.
프로 스포츠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란 인식을 깨고 여성 팬들이 등장했다. 그들도 똑같이 응원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동등한' 팬이다. 하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그들의 응원에 평가와 비하가 따른다면, 결코 경기장은 하나의 응원으로 물들 수 없다. 이젠 여성 팬을 향한 무례함에 파울을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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