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높은 점수 받자, 한상혁 "미치겠네"…檢 공소장 보니
검찰은 수사를 통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종편 재승인 당시 점수 조작을 사실상 지시하고 이 사실을 은폐했다고 결론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TV조선 예상보다 점수 높자 “미치겠네”
양모 방송정책국장은 이에 차모 방송정책과장에게 심사위원장인 윤모 교수를 불러오게 해 “예상보다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 TV조선이 총점 650점을 넘어 버렸고, 중점심사사항 과락도 없다”고 말해 집계 결과를 누설했다. 평가점수 집계 결과는 독립성 유지를 위해 재승인 결과 발표 전까지 심사위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게 되어 있다.
윤 교수는 이에 곧바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호응한 뒤 다른 심사위원들을 불러 공정성 항목의 점수를 낮추게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윤 교수의 지시에 따라 두 심사위원은 공정성 항목 점수를 각각 95점에서 79점으로, 72점에서 58점으로 변경해 TV조선은 공정성 항목에서 0.85점 차이로 과락하게 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점수 변경 사실을 보고받고도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조작 결과를 승인했다. 양 국장과 차 과장, 윤 교수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지난 1~3월 차례로 구속기소됐다.
양 국장과 차 과장이 이같이 점수 조작에 가담한 데는 한 위원장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에 갖게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13일 저녁 과천 소재 식당에서 양 국장과 차 과장이 있는 자리에서 종편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말하는 등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양 국장과 차 과장은 한 위원장에게 점수 집계 결과를 보고하기 전 “평소 친분이 있던 심사위원을 깨워서 몰래 점수를 수정하게 하자”는 등 전전긍긍했다는 것이다.
민언련 출신 심사위원에 “좋은 카드 되겠네”
또 한 위원장은 야당 측 상임위원이 심사위원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 상임위원을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하자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을 설득해 외부 인사인 윤 교수를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위원장은 ‘국민이 묻는다’ 제도를 신설해 재승인 심사에 반영토록 했는데, 접수된 질문 3만 2336건 중 TV조선에 대한 질문이 과반에 이른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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