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디폴트 리스크 피난처…월가는 OOO를 택했다
2000弗대 금값 랠리 더 갈까
미국 채무불이행(디폴트)의 안전지대(Safeguard)는 어디일까. 미국 연방정부의 현금이 바닥나는 이른바 '엑스-데이(X-day)' 전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서 미국이 디폴트 위기에 빠질 경우 증시 폭락,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디폴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금값 상승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켓 라이브 펄스가 지난 8~12일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총 6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대체 투자처로 금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기관 51.7%·개인 45.7%)에 달했다.
금 베팅의 가장 큰 배경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조기 중단과 경기 침체 불확실성이 금에 대한 수요를 키운 가운데 미국 디폴트 우려마저 겹치면서 '믿을 곳은 금뿐'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지난 4월 이후 온스당 2000달러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일 공개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이 중단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금을 비롯한 귀금속이 본격적인 강세 사이클에 돌입한 상황에서 부채한도 리스크가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금 다음으로 꼽은 안전 투자처는 미국 국채(기관 14%·개인 15.1%)였다. 블룸버그는 "미국 디폴트 위기 상황에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겠다는 아이러니는 과거 2011년 경험 때문이라며, 당시 디폴트 위기가 정점을 지나 해소되자 미국 30년물 국채 가격이 랠리를 펼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조사에 참여한 투자자 대부분은 이번에도 과거 전철을 밟으며 디폴트 위기가 해소될 경우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기관 7.8%·개인 11.3%)은 3순위에 올랐다. 달러, 엔, 스위스 프랑은 각각 4~6순위로, 비트코인에 밀렸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주요국 통화보다 비트코인을 더 믿을만한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로 제도권 금융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을 투자 피난처로 선택하고 있다는 평가다.
초유의 디폴트 사태가 올 경우 2011년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켓 라이브 펄스 설문에 응한 투자자의 60%는 이번 디폴트 위기에 따른 파장은 최악의 위기 상황을 보였던 2011년보다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부채한도 위기가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로, 부채한도 협상 지연으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디폴트 가능성이 대두된 것은 2011년이 거의 유일했다. 2011년에는 S&P500 지수가 한때 17%까지 급락했다.
증시 여파에 대한 전망은 기관과 개인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기관의 47.9%는 '증시에 영향은 있지만,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개인(35.5%)은 더 비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봤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매년 반복되는 정치 이슈로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종국에는 타결될 것이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구도에서 프리덤 코커스(공화당 내 초강경 우파 모임)의 영향력이 커졌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재정 확대 의지가 강해 단기간에 이견을 좁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인베스코의 채권·ETF 전략 책임자인 제이슨 블룸은 "견해차에 따른 의회의 양극단화를 고려할 때 (디폴트) 위험이 과거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며 "시한(6월 초) 안에 협상이 타결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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