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장기받은 이들을 위해…” 팔순 ‘사모’ 엄마의 기도

신은정 2023. 5. 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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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김씨는 "결정이 늦어지면 장기를 쓸 수 없다는 말에 아들의 장기를 누구한테라도 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편과 두 아들과 상의한 뒤에 바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장기를 받은 사람들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이후 예수를 믿고 구원받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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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옥씨가 집 안에 걸린 가족사진에서 촬영해 보내준 아들 장천광씨의 모습. 김씨는 "우리 아들은 참 착했다"고 했다. 김금옥씨 제공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도 노모는 아들이 생전 실천하고자 했던 이웃사랑에 대한 기도를 잊지 않는다.

첫째 아들인 장천광(46)씨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심한 김금옥(83)씨의 이야기다. 김씨와 전화 통화한 15일은 아들이 하나님 품에 안긴 지 한달 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김씨는 아들 방을 청소하다가 오열했다. 그럴 때마다 “주여”라며 목 놓아 외친다고 김씨는 고백했다.

김씨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게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은 몰랐다”고 울먹였다. 서울 강북의 작은 교회의 은퇴 목사의 사모이기도 한 김씨는 아들이 쓰러진 지 3일 만에 장기 기증을 결정하고 발인까지 마쳐야 했다. 김씨는 “결정이 늦어지면 장기를 쓸 수 없다는 말에 아들의 장기를 누구한테라도 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편과 두 아들과 상의한 뒤에 바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판정을 받은 장씨의 심장과 좌우 신장, 폐장은 각기 다른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김씨는 “당시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예전 일 생각나더라”며 장씨의 생전 일화를 들려줬다. 장씨는 대학 시절 아픈 동아리 친구에게 장기를 나눠주고 싶다며 부모에게 허락받으려 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직 젊고 할 일도 많다며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는데 그때부터 아들이 그런 마음을 품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장씨는 아버지 교회에서 곧잘 봉사했으며, 아프리카에 꾸준히 정기후원도 했다.

장씨는 유달리 살갑던 아들이었다. 주말마다 본가 2층에서 기다리던 어머니를 보며 환하게 웃던 아들의 얼굴, 연로한 아버지를 위해 먼 곳에서 음식 배달을 시켜주던 기억의 편린이 김씨를 더 괴롭게 한다. 김씨는 “주일인 어제 교회에 갔는데 너무 눈물이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하나님 앞에서 ‘아들만 사모하는 마음이 크다. 너무 보고 싶은데 그 생각이 안 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장기를 받은 사람들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이후 예수를 믿고 구원받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도 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동생 2명과 함께 평택의 한 회사에서 같이 일하며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동생들은 잠을 자다가 극심한 두통을 느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시 일어나지 못한 형을 그리워한다. 그들은 자식을 앞서 보낸 어머니의 끊이지 않는 울음에 “형은 천국 갔으니까 나중에 가서 만나자”고 달랜다.

김씨는 “저처럼 우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은 (우리 아들 장기덕분에)기뻐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 많은 사람들에게 아들이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두 아들의 위로처럼 천국에서 다시 만나길 소망한다”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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