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엔 0.73명 예상... 출산율은 왜 나락으로 떨어졌나

홍지원 2023. 5. 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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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떨어지는 저출산 정책... 성평등 및 청년층 문제 등 근본적 원인 해결해야

[홍지원, 김유경 기자]

2023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각종 언론 매체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했다. 그 중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34.7%에 불과했다.

특히 정책 평가 중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은 대목은 저출산·고령화(63.2%)였다(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5월 4, 6일 실시한 결과.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1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최근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발표된 탓이다.
  
▲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 보도자료의 합계출산율 그래프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통계청
한국은 1970년부터 작성한 통계에서 출생아 수, 조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모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 동향 조사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0.81명) 대비 0.03명 감소했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2021년 기준으로 집계됐던 작년 통계에서는 한국이 합계출산율 0.87명으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스페인(1.29명)과 이탈리아(1.29명), 그리고 일본(1.31)이 이었다.

2020년 장래인구추계 보고서에서 통계청은 한국의 0명대 합계출산율이 2070년 1.21명으로 회복된다는 긍정적인 인구 전망을 제시했었다. 30~35세의 여성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가 있어 합계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인을 안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혼인하더라도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 보니, 지난 2월 22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설명하며 진행한 질의응답에서 인구가 늘어난다고 해서 2070년의 출생아가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그는 "OECD 국가 중에서 1.3명 미만으로 떨어졌던 나라들이 그걸 회복하는 속도를 보면 13.6년(약 13년 7개월) 정도에 0.35명 정도가 늘어난 경험들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단지 '어떻게 정책적으로 아이를 낳게 조금 더 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3명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정책적으로 아이를 더 낳게 할 수 있느냐"에 좌우되는 한국의 인구 미래. 사라지는 한국 인구와 관련해 이제까지의 저출산 대응책과 앞으로 시행될 대응책을 확인해봤다.

꾸준히 저출산 정책 내놓고는 있지만, 실효성 의문

2005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마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총 4차에 걸쳐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제1차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초적인 지원 단계를 마련했고, 2차 기본계획에서는 1차에서 더 나아가 출산·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했다. 육아휴직 급여를 월 50만 원의 정액제에서 임금의 40%로 변경하는 육아휴직급여 정률제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1차, 2차 모두 기혼자 중심의 저출산 대책이라는 한계가 있었기에 3차 기본계획부터 청년 일자리, 주거 등 사회구조적 접근을 시도했다.

가장 최근에 설계된 기본계획은 2021년~2025년에 걸쳐 시행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이다. 4차 기본계획은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진단하고자 했으며 높아진 성평등 의식에 발맞춰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목표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여성들의 결혼·출산 인식 변화를 위해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성차별 및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결혼·출산 인식 변화 정책으로는 '부모 모두 3개월+3개월 육아휴직' 제도가 있다. 해당 정책은 같은 자녀 생후 12개월 내 부모가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첫 3개월에 대해 육아휴직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4차 기본계획에서는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도 담았으며 특수고용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다양한 노동 형태를 가진 사람들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 권리를 임금근로자에서 비임금근로자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해결책의 일부는 현실에 부딪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56%, 직장인의 45%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5명 중 3명, 직장인 전체의 절반은 육아휴직 사용이 아직도 어렵게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출산 및 양육 지원 정책의 자격요건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6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김아무개씨(30세)는 "신혼부부 정책이 여럿 있지만, 막상 지원을 받으려면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정책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하소연했다. 그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정부 지원 대출인 '디딤돌' 대출을 받고자 했지만, 신혼부부 합산 소득 7000만 원 이하라는 기준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했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아이돌봄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중위소득 150%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2023년 3인 가구 중위소득 150%는 약 665만 원이다. 자녀가 한 명이면 부부 한 명당 월수입이 333만 원만 초과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문제는 2021년에 이미 통계청 임금근로자 평균 소득이 333만 원이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게재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임신·출산 지원 정책 모니터링: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저출산 정책의 인지도는 낮은 수준이었다. 응답자 중 약 60% 이상이 모른다('모름', '들어봤으나 모름')고 응답했던 것이다.

결혼을 앞둔 김아무개씨 역시 "저출산 정책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주변에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아동수당, 출산장려금 등 유명한 정책들만 몇 번 들어봤지 정확히는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정부, 저출산 대책 발표… 근본적인 원인 해결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앞으로의 저출산 대응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저출산 대응 정책에서도 과거와 유사하게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지원, 건강의 5가지 목표가 등장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의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게”…저출산 정책 추 저출산·고령화사회 추진 과제 및 방향에 대한 카드뉴스.
ⓒ 대한민국 정부
 
당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결혼·출산·양육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환경', '일과 육아 병행 어려움과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이 결혼 및 출산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저출산 대책은 돌봄, 근로환경 등의 5개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다. 저출산 문제와의 관련도가 큰 5개 분야는 대상 및 지원 금액 등이 확대된다.

다만,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내놓은 윤석열 정부의 계획에 대해 "포장지는 그럴싸하게 만들었는데 내용을 보면 기존에 발표됐던 내용이 상당히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SNS에 "그저 기존에 해오던 정책들, 효과 없음이 증명된 정책들을 재탕 삼탕한 것들에 불과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저출산의 사회구조적 원인 중 하나인 청년층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의 분석 내용에 따르면, 청년층은 초경쟁적인 사회 환경으로 인해 결혼·출산보다 생존을 더 중요하게 인식했다. 게다가 고용 불안 및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며, 취업 준비기간 장기화와 높은 주거비용 등으로 성인 이행기가 지연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는 혼인 연령 상승과 같은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각종 연구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저출산의 원인 중에는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인한 '일 쏠림' 문제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2020년 OECD 38개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두 번째로 길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2년이 지난 지난해 역시 한국의 근로시간은 OECD 5위다. 올해 초에는 '주 69시간제 도입 논란'도 발생했다.

청년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저출산 해결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결혼을 앞둔 김아무개씨는 "미혼은 아이 생각이 먼저가 아니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거나 하니 저출산 대책에 관심이 없다.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라며 "사람이 안정적으로 생활하려면 의식주가 해결돼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저출산국으로 먼저 이름을 날렸던 일본은 지난 3월 31일 저출산 계획에 젊은 층의 소득 증가를 기본 이념으로 잡고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화 등의 노동시장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 또한 돌봄·교육, 일·육아 병행 등 출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을 지원함과 더불어, 성평등 및 청년층 문제라는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심도 있게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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