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53번 흔들린 동해…12년전 그 사건 후 '해저'가 변했다
15일 오전 강원 동해시 인근 해역에서 올해 가장 강력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인근에서 50번이 넘는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동해 해저 지진과 해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7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10월 29일 충북 괴산군에서 발생한 규모 4.1 지진 이후 7개월 만에 규모 4가 넘는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강원도는 물론 충북과 경북 일부 지역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도 지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해저의 역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역단층이란 지각판의 경계에서 한쪽 판이 다른 판 아래로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
동일본 지진 이후 지각 약해져
지진이 발생한 곳은 동해안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 울릉단층의 북쪽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에는 해안과 평행한 울릉단층과 후포단층 등이 있는데 이 단층들은 과거 지각운동으로 한반도에서 일본이 떨어져 나가면서 형성됐다.
지진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동해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진의 영향으로 동해 지역의 지각이 약해지면서 이전보다 더 적은 힘에도 연쇄 지진이 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에서 나는 지진은 대체로 땅속 10㎞ 이내에서 발생하는데, 이번 지진의 깊이는 31㎞에 달했다. 그동안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던 땅속 깊은 곳에서도 지진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던 지역이나 깊이에서 지진이 관측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연이은 지진으로 해저의 단층면이 약해진 상황에서 응력(應力)이 많이 남아 있다면, 그 힘이 약화된 단층을 쪼개서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진해일시 10분 안에 해안가 덮쳐”
유희동 기상청장은 “동해시 해역지진으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해당 지역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24시간 지진 감시·통보체계 가동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가능성은 낮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 발생은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유관기관 등 정부 부처에서는 낮은 가능성까지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일본 열도가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에 만들어진 열곡(裂谷, 두 개의 평행한 단층에 둘러싸인 좁고 긴 골짜기)에서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 열곡 구조들이 동해안으로부터 60㎞ 안쪽에 존재하고 있다”며 “동해안 해저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지진해일(쓰나미)이 일어나면 10분 안에 해안가를 덮칠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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