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장관도 "간호법 거부권 건의"…간호협회, 단체행동 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안 관련 보건복지부 입장 발표' 브리핑을 열고 “저는 오늘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께 내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를 건의할 계획임을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거부권을 건의하는 이유로 다섯 가지를 들었다. 먼저 “간호법안은 전문 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하여 국민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에서 간호만을 분리하여 의료기관 외에 간호업무가 확대되면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간호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게 되고, 의료기관 외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와 책임 규명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령화 시대에 제대로 된 돌봄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 등의 협업을 위한 직역 간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며 “간호법안은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라고도 했다. 간호조무사협회에서 문제 삼아 온 학력 상한 규정이 간호법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다른 직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며, 국민의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갈등이 큰 법안일수록 충분한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간호법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통과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재표결이 이뤄진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하지만 범 야당 의원의 숫자를 볼 때 사실상 법안 폐기 가능성이 높다.
간호협회 "거부권 행사 시 단체 행동"
간호법 공포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대한간호협회(간협)은 정부의 거부권 건의 발표에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간협은 이날 조 장관 발표에 대해 “지금까지 간호법 반대 단체가 주장했던 가짜뉴스의 복사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협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한 결과 참여인원 10만5191명의 98.6%가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간협은 총파업 등의 방식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협은 “의사협회와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간협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증 반납 운동을 한다면 참여하겠단 의견도 64.1%나 됐다. 1인 1정당 가입하기 캠페인에도 79.6%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료법 개정안 빠져…17일 의협 등 총파업 가능성도
한편 이날 발표에서 조 장관은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간호법안을 제외한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어제 당정 협의에서 논의된 바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모두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오는 17일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한 상태다. 그런데 거부권 행사 대상에 간호법만 언급되면서 17일 총파업이 실제로 열릴지와 그 규모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거부권 건의 대상에서 빠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내일 국무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도 건의될 수도 있다고 본 거다. 박 회장은 만약 간호법에만 거부권이 행사됐을 때 총파업이 열릴지에 대해선 “내일 국무회의를 지켜보고, 이후 각 직역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연대는 처음과 끝을 함께하겠다는 말씀들을 하고 있다”며 총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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