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선언' 검토되나…"독·불 엘리제조약 좋은 선례"[기시다·홍석현 특별대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5일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60년을 준비할 정상 간의 새로운 선언과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1963년 프랑스ㆍ독일 간 ‘엘리제 조약(Élysée Treaty)’을 한ㆍ일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좋은 선례로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이날 보도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의 특별대담에서 ‘엘리제 조약’이 거론된 것과 관련, “12년 만에 복원된 한ㆍ일 정상의 셔틀외교는 새로운 양국 관계 정립을 위한 준비 단계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ㆍ일 양국의 국교 정상화를 이룬 1965년 한ㆍ일 기본조약, 새로운 양국 관계 설정을 이룬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엘리제 조약에 버금가는 양국 정상간 선언까지 외교 당국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시다 총리는 홍 회장과의 특별대담에서 ‘엘리제 조약에 비견될 윤석열-기시다 선언을 기대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보다 심화시켰다”며 “양국 간 구체적 협력관계를 진전시키고, 이를 적절한 형태로 발신해 나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엘리제 조약은 1963년 1월 22일 당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서독(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 주도로 체결됐다.
두 나라는 제1ㆍ2차 세계대전에서 서로 싸운 역사를 지녔다. 1963년 당시 영구평화를 약속했고, 그 약속은 60년째 지켜지고 있다. 양국은 엘리제 조약에 따라 매년 최소 2차례의 정상회담은 물론, 분야별 장관들도 정기적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미래 세대인 청소년 교류의 대폭 확대를 비롯해 안보의 핵심인 핵분야에 대한 공동 연구를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올해 안에 확정된 셔틀외교 일정 등이 없기 때문에 당장 공동선언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2025년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기 때문에 그때를 목표를 향후 새로운 60년을 기약하는 한·일 두 정상 간의 미래지향적 선언을 도출하면 매우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1963년 엘리제 조약을 시작으로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동시에 미래 세대에 대한 교류 확대로 40여년 뒤인 2006년에는 양국이 공동 역사 교과서 집필에까지 성공했던, 장기적이고 미래 지향적 접근 방식을 현재의 한·일 모두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국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준비하기 위해 한ㆍ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현인회의’ 형식 논의의 장을 가동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분위기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특별대담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양국 관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의 지혜를 양국 정부가 먼저 모을 필요가 있다”며 “외교부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미래의 필요성 등을 감안해 한·일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에 앞서 먼저 한국의 주요 인사들을 모셔서 의견을 폭넓게 듣는 형태의 현인회의를 먼저 가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일 관계가 급진전을 보이기 직전 시점인 지난해 12월 기존에 운용하던 민관협의회와 별도로 홍 회장을 비롯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 최상용 전 주일대사, 유흥수 한ㆍ일친선협회 중앙회 회장 등을 초청한 현인회의를 개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관련 특별대담에서 “각계각층의 지적 교류, 인적 교류가 보다 더 활발히 이뤄짐으로써 관계 개선의 선순환이 더 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양국 정부의 각 레벨이 민간 협력을 뒷받침하며 양국이 함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진행해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보다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뿐 아니라 한·일 지방 정부 간의 교류와 협력의 채널을 확대하는 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고위 인사는 “양국을 오가며 진행된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복원과 올해 들어서만 양국 외교부 장관이 최소 6차례 이상 직접 대면한 것은 큰 틀에서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며 “또 기시다 총리가 방한 직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한·일 모두가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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