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MIT 출신 42세 후보, 태국 제1당 바꿨다…총선서 ‘깜짝 이변’

김지애 2023. 5. 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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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전진당 대표이자 총리 후보인 피타 림자로엥랏이 1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총선에서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청년 주도 진보 정당인 전진당(MFP)이 예상을 깨고 1위를 하는 ‘깜짝 이변’을 일으키며 태국 정치사를 새로 썼다. 전진당 돌풍의 중심에는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피타 림짜른랏(42) MFP 대표가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날 오전 2시 개표율 97% 기준 전진당이 득표율 1위를 기록, 하원 500석 중 가장 많은 15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설립한 현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유력하게 예상됐으나, 개표 결과 전진당에 이어 141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음으로 중도 성향 품차이타이당이 70석을, 친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PPRP)이 40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현 소속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5위로 36석을 얻는 데 그칠 전망이다.

피타 대표는 기업인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이다. 그는 민주화 시위로 유명한 태국 명문 탐마삿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와 메사추사츠공과대(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그랩의 임원 등으로 일하다가 2019년 총선에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2020년 FFP가 법원 판결로 해산하면서 소속 의원들과 함께 MFP를 새로 창당해 정치 활동을 이어왔다.

전진당은 선거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성장했다. 로이터는 전진당이 이번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18~22세 유권자 330만명과 수도 방콕의 유권자들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이어져온 ‘군부 대 탁신(프아타이당)’의 이분법에 지친 일부 유권자들에게 전진당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폐지, 징병제 폐지 등 개혁적인 정책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태국의 왕실모독죄는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태국 왕실을 비방하거나 모독한 자는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티띠난 뽕수티락 쭐랄롱꼰대 교수는 “전진당의 급성장은 태국 정치의 주요 변화를 보여준다”며 “프아타이당은 이미 끝난 포퓰리즘 정책으로 잘못된 전쟁을 치른 반면 전진당은 제도적 개혁을 통해 정치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피타 대표는 선거 직후 기자들에게 “독재자와 군부의 지원에 반대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며 “태국에서는 소수파가 독점하는 정부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가정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 “전진당이 전 국민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고 썼다.

다만 피타 대표가 지금은 없어진 태국 방송사 ITV의 지분을 소유했던 것이 추후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태국에서는 국회의원이 미디어 그룹 지분을 소유한 경우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앞서 PPRP는 피타 대표가 2019년 하원 의원이었을 때 ITV 주식 4만2000주를 소유한 사실을 조사해달라고 태국 선관위에 청원했다. 지난 2020년에도 유력한 차기 야권 주자였던 타나톤 중룽르앙낏 전 FFP 대표가 미디어 그룹 지분을 소유했다는 비슷한 혐의로 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한편 탁신 전 총리의 딸 패통탄 친나왓(36)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유력했으나 개표 결과 2위를 기록했다. 프아타이당은 값싼 의료 서비스, 농업 보조금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노동계급에서 지지를 받고 있으나 앞서 군부 쿠데타로 3차례 축출된 바 있다. 패통탄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아버지 탁신 전 총리와 고모인 잉락 친나와트라를 이어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해 보였다. 외국에서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도 오는 7월 귀국을 예고한 바 있어 앞서 군부 쿠데타로 3차례 축출된 탁신 가문이 부활할지 관심이 모였다.

이번 총선 결과는 친군부 정당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번 총선에서 친군부 정당인 PPRP와 RTSC의 의석 합계는 80석에 미치지 못했다.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가 총리 후보인 PPRP는 지난 총선에서 집권한 여당이다. 지난 쿠데타를 이끌었으며 9년 동안 태국을 집권해온 쁘라윳 총리는 최근 “정권 교체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계속해서 경고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야권이 이번 총선을 통해 하원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정권 교체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7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하원 의원 500명 외에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이 참여해 태국 총리를 선출한다. 상원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항상 군부측 후보에 대해서만 표를 던져왔다. 야권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확보하려면 하원에서만 376표를 얻어야 하는데,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의 의석 합계가 300석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권 교체를 위해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이 야권 연합을 이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피타 대표는 선거 직후 기자들에게 “프아타이당과의 대화를 모색할 것이며 확실히 연합 거래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패통탄은 “전진당의 승리에 기쁘지만 동맹을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국민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품차이타이당의 행보가 정권 교체 여부에서 중요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관위는 총선 후 60일 이내에 공식 선거 결과를 발표하며, 총리 선출은 오는 7~8월쯤 이뤄질 예정이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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