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0도에 비 내리면 생명 못산다? "그건 지구적 시각"
[최준호의 사이언스&] 태양계 위성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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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얼음위성들 속 생명체 찾기
지난달 14일 오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이 불을 뿜었다. 아리안5 2단의 꼭대기엔 ‘주스’(JUICE)라는 이름의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이 실렸다. 주스는 이날 발사 27분 뒤 1500㎞ 상공에서 분리돼, 목성을 향한 8년, 7억7800만㎞의 긴 항해를 시작했다. 주스(JUICE)는 ‘Jupiter Icy Moons Explorer’의 줄임말이다. 오는 2031년 목성에 도착해, 3년 반 동안 목성 궤도를 돌면서, 이름 그대로 목성의 얼음위성, 즉 가니메데ㆍ칼리스토ㆍ유로파, 이렇게 세 위성을 탐사하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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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얼음표층 뚫은 물기둥 조사
태양계 내 주요 행성의 위성에 대한 탐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간에도 갈릴레오와 주노ㆍ카시니 등 NASA의 행성 탐사선이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길에 위성들을 돌아봤다. 특히 카시니는 앞쪽에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착륙 임무를 가진 유럽우주국(ESA)의 하위언스를 달고 있었다. 17세기 타이탄을 처음 발견했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언스의 이름을 딴 이 탐사선은 2005년 1월 카시니에서 분리돼 낙하산의 도움을 받아 타이탄 남위 10도, 서경 192도의 평지에 착륙했다. 임무 기간은 단 90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기분석과 함께 진흙으로 이뤄진 착륙장소의 온도(-177도)와 기압(1467.6 밀리바)ㆍ습도(50%) 등의 정보와 착륙장소 주변 사진 등을 보낸 뒤 통신두절됐다. 주스나 드래곤플라이는 처음부터 탐사목적 자체가 위성이라는 점에서 기존 행성 탐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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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산소만 마신다는 건 지구적 시각"
가니메데도 얼음 지표면 아래 바다를 숨기고 있는 얼음 위성이다. 지름이 5262㎞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이다. 행성의 막내인 수성보다 크고, 태양계 위성 중 유일하게 자체 자기장까지 가졌다. 태양계에서 셋째로 큰 위성인 칼리스토는 지름이 4821㎞로, 수성 크기의 99%에 달한다. 암석과 얼음이 거의 같은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NASA의 목성탐사선 갈릴레오(1989~2003년)는 칼리스토에 깊이 100㎞가 넘는 지하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가니메데ㆍ칼리스토ㆍ유로파 모두를 탐사하는 ESA 주스에는 두꺼운 얼음층을 투과하는 레이더와 중력장 측정 장치, 레이저 고도계, 광학 카메라 등 원격 감지와 지형 관측을 위한 10개 탐사 장비가 실려있다. 이를 통해 세 얼음위성의 지각 아래에 실제로 큰 바다가 있는지와, 생명체 존재를 확인한다는 목적이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목성의 얼음위성들엔 지표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고 그 아래 소금물로 된 바다가 있을 것”이라며 “물은 당연히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NASA의 드래곤플라이가 탐사할 토성의 가장 큰 위성(지름 5151㎞)인 타이탄은 태양계 위성 중 유일하게 짙은 대기를 가지고 있다. 대기는 질소(98.4%)로 구성돼 있다. 하늘에선 메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땅에선 메탄의 강과 바다가 출렁인다. 대기가 있고, 비가 내리는 곳이라니, 지구처럼 따뜻한 세상일 것 같지만, 실은 메탄이 기화되는 ‘끓는점’(섭씨 영하 -161.5도)을 생각하면 영하 100도 이하의 극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타이탄에 생명체가 살아갈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물(H2O)이 구름과 비가 되어 내리고 그 속의 생명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건 지구적 시각”이라며 “영하 100도 이하의 환경에서 메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바다를 이루는 순환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생명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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