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강 보 '진짜 물그릇'으로 만들려면 4000억원 이상 필요
한강 등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물그릇'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70곳에 이르는 취수장·양수장의 취수구 위치 조정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5일 단독 입수한 환경부의 '4대강 취·양수장 시설개선 사업 진행 상황' 자료에 따르면, 4대강 16개 보에서 취·양수장 취수구 시설 개선이 필요한 곳은 한강 7곳, 낙동강 52곳, 금강 1곳, 영산강 10곳 등 70곳으로 파악됐다.
이들 취·양수장 시설 개선에는 모두 4194억35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환경부는 잠정 집계했다.
강바닥 파 놓고 취수구 안 옮겨
4대강 사업 이후 취수구가 강바닥에서 떨어져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보 수문을 닫고 물을 채운 상태에서는 취수가 가능하지만,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 취수가 어려워지게 된다.
영농철이 아닌 겨울에는 보 수문을 열 수 있지만, 취수해야 하는 영농철에는 녹조가 심해도 수문을 열 수 없었다.
또, 극심한 가뭄 때에도 상류 댐이나 지류에서 들어오는 물만 사용할 수 있고, 정작 보에 저장해 둔 물을 취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취수구를 강바닥에 가깝게 설치하기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설 개선 사업으로 취·양수장의 취수구 위치를 조정하면 보에 저장한 물을 다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52곳 3488억원 필요
한강의 경우 463억 7000만원, 금강은 96억 7500만원, 영산강은 145억7900만원이 필요하다.
낙동강 강정보의 경우 7개 시설을 개선하는 데 1363억 17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단일 보로서는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또 낙동강 창녕함안보는 6개 시설을 개선하는 데 702억3800만원이 예상돼 그 뒤를 이었다.
취·양수장 시설 개선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3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시작됐으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금강 세종보의 세종시 양화취수장 1곳뿐이다.
나머지 33곳은 설계 중이고, 36곳은 발주 준비 혹은 입찰 중인 상태다.
최근 발간된 환경부의 '환경백서'에는 "2026년까지 33곳의 취·양수장 시설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나, 환경부 관계자는 "일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2026년까지 몇 곳이 공사를 마치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선 끝나야 4대강 사업도 완성
가동보를 설치했다면 수시로 필요할 때 수문을 여닫을 수 있도록 취수구 위치도 조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2018년 감사원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고, 2021년 낙동강 유역 물관리위원회에서도 기후 위기 대책으로 취수구 조정을 의결하기도 했다"면서 "취수구가 조정돼야 4대강 보가 진정한 '물그릇'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8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 추진 시 보 수위 운영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취·양수장을 이설 보강함에 따라, 보 수위가 낮아지면 물 이용의 제약이 초래된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도 4대강 수질이 악화하면 보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해 수위를 낮추는 내용이 들어있으나, 국토교통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댐-보-하굿둑 연계 가뭄 대책'에서는 보에 물을 채워서 취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3월 31일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의 가뭄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지시한 것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취수구 조정이 없는 상태에서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은 '가짜 물그릇'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가뭄 때에도 상류 댐에서 내려보낸 물로 보를 채운 후에야 취수가 가능하고, 보에 가둔 물은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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