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의 등장,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이영광 2023. 5. 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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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242] MBC < PD수첩 > 박종은 PD

[이영광 기자]

지난 3월 전두환씨의 손자인 전우원씨가 유튜브로 전두환씨에 대해 학살자라고 발언하며 광주 가서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약한 사실이 알려지며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전씨는 처벌을 각오하고 한국행 비행기로 입국해 조사받은 후 바로 광주로 가서 광주 민주화 운동 유가족에게 사죄했다. 전씨는 왜 이런 결심을 했을까?

지난 9일 MBC < PD수첩 >에서는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 편이 방송되었다. 전우원씨 인터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전두환 일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폭로와 함께 광주로 간 전우원씨가 유가족과 만나 사죄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 등을 담았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이 편을 연출한 박종은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에서 만난 뒤 처절한 폭로라는 걸 이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지난 9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이번 회차가 유난히 취재 기간도 길고 또 취재원들에 대한 설득 기간도 길었었거든요. 운이 좋게 설득이 됐고 취재도 돼서 좀 많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긴 시간 취재를 한 만큼 결과가 그래도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이야기를 담은 거 같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우원씨가 한국에 들어오고 광주 내려갈 때 카톡으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을 취했어요. 광주 갔다 와서 우원씨가 답장을 해줬어요. 아이템 할지 말지 결정 안 했는데 우원씨를 사전에 만나보고 나니까 진실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껴서 그럼 이 사람의 진실성에 포커스 맞춰 시청자들한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전우원씨가 3월에 처음 폭로한 거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좀 신기하다는 거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죠. 그리고 불안해 보인다는 정도였는데 이제 한국에서 만나보고 나서 단순히 신기한 게 아니라 굉장히 처절하게 폭로한 거라는 걸 이해하게 됐죠."

- 우려 중 하나는 전우원씨가 정치하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우원씨 취재 시작하니까 주변 친구들도 우원씨가 정치하려는 거 아니냐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심지어 인터뷰할 때 물어봤어요. 정치적인 것도 생각이 있냐 우원씨는 그런 건 전혀 생각이 없어요. 오히려 종교적인 생각이 강해서 이 일이 좀 정리되면 봉사나 종교 쪽으로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 이 아이템 결정하고 뭐부터 하셨어요?
"처음에 아이템 하기로 하고는 우원씨와 밥을 자주 먹었어요. 일단 좀 친해지고 나서 속마음을 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원씨도 너무 많은 언론을 만나다 보니 경계하는 부분도 있었겠죠. 근데 자주 만나 밥도 자주 먹으면서 그런 경계도 풀고 속마음을 꺼내게 되어 취재가 원활하게 진행됐습니다."

- 프롤로그에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부터 3월 전우원씨의 폭로까지 담으셨잖아요.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잘 알고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걸 짧게 배경지식을 깔아주고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앞부분에 광주 민주화 운동부터 대통령을 했던 역사를 짚어주고 그다음에 이 역사가 묻힐 뻔하다 왜 우리는 다시 봐야 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우원씨의 폭로 얘기를 하게 된 거죠."

- 40년 이야기잖아요. 그걸 3분 정도로 압축한다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그게 또 설명적으로 되면 재미가 없잖아요. 흐름에 맞게 중요한 포인트들만 골라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근데 여기 5.18과 전두환을 취재했던 선배들이 많아요. 선배들에게 조언 얻어서 잘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전우원씨 인터뷰부터 시작하셨어요. 왜 이거로 시작하셨어요?
"시청자들이 우원씨를 좀 가깝게 보기를 바랐어요. 단독 인터뷰를 통해서 시청자들이 보기에 SNS에서 폭로하는 멀리 있는 애가 아니라 가까이서 봤을 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느끼길 바라서 인터뷰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인터뷰 분위기는 어땠나요?
"되게 의욕적이었어요. 우원씨도 긴 호흡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또 전달하고 싶은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가 굉장히 길었어요. 한 4, 5시간 됐는데 그 4, 5시간을 굉장히 제작진보다 더 열성적이고 진정성 있게 이끌어 나갔어요."

- 그럼, PD님 보시기에 전우원씨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일단 첫 번째로 마음이 굉장히 여리고 생각보다 되게 신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잘 케어하고 싶어 하는 친구 같아요. 광주에서 만난 어머님들도 그냥 찾아간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찾아갔을 때 오히려 더 힘들어하시지 않을까란 섬세한 부분까지 생각할 줄 아는 친구이더라고요."

"전두환을 신처럼 모시는 왕국이었다고 하더라"
 
  박종은 PD
ⓒ 이영광
 
- 전우원씨 증언에 의하면 전두환씨 일가는 그들만의 왕국에서 호화롭게 산 것 같아요.
"그렇죠. 얘기를 들어보면 할아버지 집에서 많은 사람이 돈을 받아 가고 그 돈을 받기 위해서 서로 충성 경쟁을 하고 그렇게 하는 자체가 마치 전두환을 신처럼 모시는 왕국이었다고 하더라고요."

- 왜 지금 폭로했다고 해요?
"방송에서 나와 있다시피 전두환 일가라고 말을 하면 사회적으로 백안시하는 것도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니 가족애도 못 느끼고 사회적으로 소속도 안 되는 고립된 상황에 놓였던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경제적으로도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게 되니까 굉장히 우울감을 많이 느꼈고 그 와중에 종교적인 부분에서도 영향을 미쳤고요."

- 아쉬운 게 마약하지 않고 제정신일 때 증언했다면 더 진정성이 느껴졌을 건데 마약으로 인해 진정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어요. 그거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그 부분에 대해 인터뷰했을 때 우원씨가 자기도 스스로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해요. 변명은 하고 싶지 않지만 왜 그랬는지 돌이켜보면 많이 두려웠다고 하더라고요. 가족들과도 경제적으로 끊긴 상태에서 뭔가 많이 두려운 상태에서 약의 힘을 빌린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굉장히 잘못한 행동이고 반성한다고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 부모님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던데 그만큼 어린 전우원은 상처받고 자랐을 것 같아요.
"상처가 엄청 많았죠. 방송에서는 가족 얘기라서 많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전재용 씨가 박상아씨 말고도 바람을 많이 피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해외로 계속 돌아다녀서 그 편지가 방송에 나왔잖아요. 편지 내용이 '아빠 보고 싶어요. 언제 돌아와요?'란 내용의 편지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정말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한테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었어요. 아버지가 바람 핀다는 건 어린 나이라도 알 수는 있잖아요. 그리고 점점 커가면서 그걸 더 뚜렷이 기억하게 되니까 그런 가정사에서는 많이 안타까운 것 같아요."

- 전우원씨 어머니인 최아무개씨 인터뷰하셨잖아요. 섭외 과정이 어땠나요?
"설득에만 한 3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일단 우원씨한테 신뢰를 얻고 나서 어머니한테도 천천히 한 번씩 얘기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도 굉장히 두려워하셨어요. 방송에 나온다는 자체가 해코지 당할 수도 있고 또 많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으니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는 선에서 처음에는 통화 인터뷰 생각했는데 자주 얘기하면서 두렵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 전두환씨 연희동 자택에 현금이 쌓여 있었던 거 같은데 왜 현금을 갖고 있었을까요?
"흔히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고 하잖아요. 현금을 갖고 있으면 기록이 남지 않고 쓰기가 편하잖아요. 그래서 현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최씨는 5.18에 대해 어떻게 아셨다고 해요? 그 집에서는 전두환씨가 피해자로 새뇌시켰다던데.
"5.18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안 하셨는데 우원이가 광주를 찾아가서 5.18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하는 부분은 굉장히 자랑스럽고 응원한다는 말씀은 하셨어요."

- 전우원씨가 연희동 자택 찾아갔는데 못 들어갔잖아요. 어떤 상황이었어요?
"그 집이 좀 독특한 게 초인종이 없어요. 그 앞에 있는 경비동에서 카메라로 누가 온 게 보이면 연락해서 약속 잡힌 게 있는지 판단해서 검문하고 들여보내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실제 그때 찾아갔을 때 앞에 경비동에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 경비동 사람 하나를 불렀는데 나오지 않더라고요. 카메라가 있으니까요. 손자가 왔는데도 전화해도 안 받고 그래도 이제 앞에 왔는데 전화하거나 이러면 좀 전화라도 받아줄 줄 알았는데 아예 그냥 무시하더라고요."

- 전재용씨 만나셨잖아요. 어땠어요?
"전재용씨를 박상아씨 그리고 그 딸이 식사하러 용산 이마트 있는 쪽에 있을 때 만났거든요. 처음에는 인터뷰를 피하시다가 피할 수 없다고 느끼셨는지 구석에 가서 차분하게 얘기해주시는데 우원씨를 아끼고 챙긴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실질적인 내용은 아들을 위하는 내용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 왜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주식을 새어머니한테 넘겼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그러나 그런 부분들은 제가 우원씨와 인터뷰했던 내용과 다른 얘기였어요. 말은 되게 아들을 위한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우원씨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에 반향 일으킬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줬으면"

- 전우원씨가 아이들과 대화 나누는 장면 있잖아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주변이 조용한 상태에서 우원씨가 벤치에 앉아서 저와 얘기하고 있었는데 저희 뒤에서 아이들이 그걸 지켜보고 있었나봐요. 저희도 몰랐는데 아이들이 '괜찮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와 친숙하니 미디어에서 자주 본 사람에 친숙하게 다가가서 얘기하더라고요. 그냥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놔둬 봤던 것 같아요."

- 전우원씨가 광주 가는 데 동행하신 것 같던데 어땠나요?
"실제로 광주 갔을 때 밥 먹으러 가거나 했을 때 많은 광주 분이 알아보시고 사진도 찍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혹시나 싫어하는 분이 있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정말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죠. 그런 부분에서 우원씨도 광주 내려갔을 때 힘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취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전우원씨가 마약 논란이 중간에 한 번 있었잖아요. 그렇게 해서 전우원씨의 등장이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은 느낌 상황이 있었는데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뭔가 이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전우원씨 사죄로 전두환씨 죄가 없어질까요?
"없어지지 않죠. 대신에 전우원씨가 본인의 사죄로 다른 가족들 전재국씨나 이순자씨까지 자기 행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요. 사죄가 확장되는 부분에 있어서 손자도 나와서 사죄하는데 그때 발포했던 군인들, 시민들을 때렸던 군인들도 나와서 사과하고 그다음에 그 일가에 다른 혹시나 누군가가 있다면 사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되게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방송에 못 담은 부분 중 얘기할 만한 게 있을까요?
"저희가 확장해서 장남 전재국씨에 대한 비리 부분도 취재했는데 내용이 넘쳐서 전재국씨에 대한 취재 부분은 빠졌습니다. 그건 언젠가 하게 되겠죠."

- 이번 편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국민들이 우원씨를 가십거리로 소비하지 말고요. 좀 더 대한민국이 정의로워질 수 있고 우원씨가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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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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