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러 '칼리닌그라드', 3가지 이름 속 혼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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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보유한 유일한 부동항 도시인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400㎞ 떨어진 역외영토다.
동으로는 발트3국, 북으로는 발트해, 남으로는 폴란드에 둘러싸여 있는 그야말로 '육지의 섬'이다.
이후 1980년대 말부터 소련이 약화되면서 다시 독일로의 반환 움직임이 강하게 일었지만 독일은 서독과 동독 간 통일과정에서 소련의 지지를 받고자 이 지역을 영구히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평화롭게 러시아 영토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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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보유한 유일한 부동항 도시인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400㎞ 떨어진 역외영토다. 동으로는 발트3국, 북으로는 발트해, 남으로는 폴란드에 둘러싸여 있는 그야말로 ‘육지의 섬’이다. 최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 스웨덴도 가입을 서두르면서 사방이 고립된 지역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 전체의 적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폴란드 정부가 지난 10일 이 지역의 지명을 더 이상 칼리닌그라드가 아닌 폴란드어 지명인 ‘크롤레비에츠’라고 부르겠다 선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도시는 원래 명실상부한 독일 영토였다. 1256년, 독일계 십자군인 튜튼기사단이 발트해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세운 도시였고 원래 지명도 ‘쾨니히스베르크(Konigsberg)’였다. 이 말은 독일어로 ‘왕의 산’이란 뜻으로 현대 독일의 전신국가인 프로이센 왕국에서 매번 왕이 바뀔 때마다 대관식을 치르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패망하면서 당시 소련이 이 지역을 점령해버렸고, 지금까지도 러시아 영토로 남아있다. 소련은 이 지역을 점령한 이후 원래 살던 독일인 대부분을 내쫓고 지명도 볼셰비키 혁명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미하일 칼리닌의 이름을 따서 칼리닌그라드라고 불렀다.
이후 1980년대 말부터 소련이 약화되면서 다시 독일로의 반환 움직임이 강하게 일었지만 독일은 서독과 동독 간 통일과정에서 소련의 지지를 받고자 이 지역을 영구히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평화롭게 러시아 영토로 굳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 이후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사방이 나토 회원국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외부와 완전히 고립됐고, 러시아와의 육·해상 연결로도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발트해 전역을 내해로 품고 있는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그야말로 고립무원에 놓이게 된다.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막대한 피해로 유럽의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각국의 암투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폴란드가 자국식으로 지명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도 결국 향후 영유권분쟁 발생 시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강하게 천명한 것이다.
칼리닌그라드의 지역주민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러시아로 잔류할지, 독일로 다시 편입될지, 폴란드나 제3국과 합병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아예 ‘발트공화국’이란 이름으로 독립해 유럽연합(EU)에 가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칼리닌그라드란 땅에 부여된 3개의 지명과 지역주민들의 복잡한 정체성,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변수가 앞으로 이 지역의 영유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곳과 발트해 영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전체 폭이 200해리가 채 되지 않는 전 세계 여러 내해 지역들의 영유권 분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한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독도’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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