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에르도안 30년 집권 야망 '일단 멈춤'
[윤현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대선 투표를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 AP |
튀르키예 대선이 과반 득표 승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 투표로 향하게 됐다.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현지시각) 대선 개표율이 91.93% 진행된 가운데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이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9.49%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선 야권 단일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4.79%를 획득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시난 오건 승리당 대표는 5.29%를 얻었다.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2주 뒤인 오는 28일 결선 투표를 치러 최종 승자를 가린다.
경제 위기와 대지진에 신음하는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 앙카라에 결집한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 조국이 '2라운드'를 원한다면 이를 환영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결선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할 것"이라며 일각의 대선 불복 예상을 부인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라며 "우리는 결선 투표에서 반드시 승리해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강 구도로 치러진 이번 대선은 신냉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친러·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장기 집권에 대한 심판대로 여겨지면서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만약 에르도안이 이번 대선에서 최종 승리하면 임기 중 조기 선거를 통해 최대 10년간 더 집권할 수 있다. 그러면 총 재임 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나 사실상 '종신 집권'인 셈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강조하며 AKP를 창당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경제 성장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2016년 자신을 축출하려던 쿠데타가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면서 국내외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고물가를 잡겠다며 세계 경제의 금리 인상 기조를 거슬렀다가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오히려 물가가 폭등했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또한 올해 2월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대지진까지 겹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기도 식어갔다.
그러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를 끝내고 민주주의와 경제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권위주의냐, 민주주의냐... 튀르키예 국민의 선택은?
위기감을 느낀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인 이슬람 신자, 저소득층, 농촌 표심 결집에 나섰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가정용 가스를 무상 공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야권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무리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낸다고 비판했다. 또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에 러시아 정부와 AKP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AP통신은 "튀르키예 국민은 결선 투표에서 강력한 장악력으로 국가를 이끌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제하에 남을지, 아니면 보다 민주주의적인 길을 약속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선택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동 역사 전문가인 미국 세인트로렌스대학 하워드 아이엔타트 교수는 AP통신에 "임금 인상이나 식료품 물가 안정이 반드시 정체성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극화 해결을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력, 반대파를 악마화하고 문화 전쟁에 나서는 등이 이번 대선의 역학 관계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3위를 차지한 오건 대표의 선택이다. 결선 투표가 열리게 되면서 그가 얻은 5.29%의 표심이 어떤 후보로 향하느냐가 승패를 결정할 요인으로 떠올랐다. 오건 대표는 "내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결선 투표가 열리기 전에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AKP가 주도하는 인민 연합이 무난히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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