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변곡점' 맞은 韓 반도체…美·中 줄타기 속 주도권 쥘 방안은

김평화 2023. 5. 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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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자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분업 체계였던 글로벌 공급망이 허물어지고 자국 중심주의가 떠오르면서 기존 문법으론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챙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그간 글로벌 공급망에서 효율적인 분업 구조를 구축하며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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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학회 등 5대 학회 공동학술대회 개최
미·중 패권 경쟁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
정연승 교수 "강력한 국가 산업 정책 필요"

"반도체 산업을 시장 논리로만 놔둬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기업 단독으로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검토해야 한다."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행정부 체계가 기술, 산업, 외교, 교육으로 나뉘어 있으면 역할 차이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거버넌스를 통합해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자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분업 체계였던 글로벌 공급망이 허물어지고 자국 중심주의가 떠오르면서 기존 문법으론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챙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대안 마련에 힘쓰는 '전략적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설명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가 1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5대 학회 공동 학술 대회에 참여해 발제를 하고 있다. / [사진=김평화 기자]

공급망 재편에 美·中 줄타기 심화…"강력한 산업 정책과 新 성공 모델 마련해야"

한국경영학회와 한국경제학회, 한국사회학회, 한국정치학회, 한국행정학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 5대 학회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23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 전환의 시대, 위기와 도전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공동 학술 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선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재편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취해야 할 대응 방안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련 발제를 맡은 정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중 패권 경쟁 흐름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이나 중국 등 선진국이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하기에 우리만 개입을 안 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했다.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은 그간 글로벌 공급망에서 효율적인 분업 구조를 구축하며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 중국과는 중간재 분업 구조를 늘리며 먹거리를 늘렸고, 미국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키우고 기술·개발(R&D) 센터를 세우는 등 전략을 달리했다. 이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기울고 있다. 정 교수가 "중국 사업을 강화한 것이 지금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걱정한 이유다.

그는 한국 반도체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선 국가 주도의 강력한 산업 정책과 아낌없는 지원으로 글로벌 주도권을 쥐는 일이 필수라고 짚었다. 미래 핵심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와 해외 협력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더했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역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이정현 명지대 교수(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와 정연승 단국대 교수,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관,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김연성 인하대 교수(차기 한국경영학회장)이 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김평화 기자]

또 다른 발제자였던 최 정책관(국장) 역시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첨단 산업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수이지만 기업 리스크가 큰 만큼 정부가 각종 투자 및 보조금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짚었다. 기술 경쟁력을 담보하는 인재 확보를 위해선 정부가 첨단 산업별 특성화 대학 추진과 기업 사내 대학 지원, 해외 인재 영입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토론 자리에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 성공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나라는 선발국 개발 기술을 산업 기술로 키워 제조 산업을 육성한 제조 강국"이라며 "이제는 기술, 산업, 시장, 국가가 일체화하는 만큼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거버넌스 통합과 함께 "학교 원천 기술 연구를 산업 기술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차기 한국경영학회장인 김연성 인하대 교수(경영학과) 역시 우리나라가 "과거의 방식으로 성장하기 어려워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전략적 변곡점을 맞았다"고 짚었다. 이어 "기업의 새로운 전략, 정부의 새로운 정책, 이를 지원하는 학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학·관 협력과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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