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본·나토 결속에 "미국의 검은 그림자"

강현태 2023. 5.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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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 아닌 연구원 내세워
우회적으로 입장 표명
"美, 아시아판 나토 만들려 해"
북한 논밭에 인공기가 새겨진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결속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미국의 검은 그림자가 배회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최근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해온 북한이 중국·러시아 입맛에 맞는 대외 입장 표명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일본이 추구하는 나토와의 군사적 공모 결탁의 종착점은 어디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일본과 나토의 전례 없는 군사적 결탁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와 경계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게시된 해당 글은 외무성 일본연구소 소속 김설화 연구원 명의로 작성됐다. 당국자가 아닌 연구원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입장 표명에 나선 셈이다.


김 연구원은 "오래전부터 나토와의 군사적 공모 결탁을 모색해온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이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지금 일본은 나토와의 안보협력 등을 규정한 '개별적 맞춤형 동반자 계획'을 책정하기 위한 협의를 다그치고 있다. 오는 7월에 진행되는 나토 수뇌자회의(정상회의) 전에 이를 완료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반 사실은 일본과의 군사적 결탁을 통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려는 나토의 기도가 위험한 실행단계에 진입하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그는 "일본·나토 밀착관계의 배후에 '아시아판 나토'를 조작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지탱해보려는 미국의 검은 그림자가 배회하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서방나라들을 '방어'한다는 미명하에 배타적 군사동맹인 나토를 조작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군사 쁠럭(블록)을 만들어 보려고 각방으로 책동해왔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쿼드(Quad)'를 반중국 안보협력체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오커스(AUKUS)'를 조작하고 '5개의 눈(Five Eyes)'을 확대하려는 등 각종 명목의 대결동맹을 '나토화'해보려고 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뚜렷이 방증해주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미국은 때를 만난 듯이 대서양 양안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상 연관성을 운운하면서 지역의 손아래 동맹자들과 나토 성원국들 사이의 공모결탁을 극구 부추겨 나토를 전 지구적인 군사동맹으로 변신시켜 보려고 교활하게 획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커스' '쿼드'와 같은 진영대결의 표본, 배타적인 안보협력체들에 일본·남조선을 비롯한 추종세력들을 끌어들이고 이를 나토와 꿰어놓아 하나의 거대한 반중국·반러시아 포위환(포위망)을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이 추구하는 흉책"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신화/뉴시스

미국이 주도해온 기존 국제질서에서 설 자리를 잃은 북한은 '다극질서'를 추동하는 중국·러시아를 적극 옹호해왔다. '한미일 대 북중러' 블록화 현상을 '신냉전'으로 몰고 가며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취지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 나토 사무총장의 한일 방문 당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냉전'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대결행각·전쟁의 전주곡"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日, 외세와의 군사적 결탁과
군사대국화는 곧 제2의 망국"

김 연구원은 일본을 겨냥한 메시지도 내놨다. '태평양 동맹'과 '대서양 동맹'을 연계하려는 미국 구상에 일본이 편승해 군사대국화를 꿈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을 등에 업고 나토라는 불청객을 끌어들여서라도 주변나라들을 견제하고 군사대국화를 실현해보려는 것이 일본이 노리는 속심"이라며 "나토와의 군사적 결탁 과정을 통해 미국이 채워놓은 '족쇄'를 풀고 '평화헌법'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의 속내를 지역나라들과 국제사회는 꿰뚫어 본 지 오래"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잘못된 타산을 하고 있다"며 "오늘의 아시아·태평양은 일제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비현실적인 과욕에 빠져 넘보던 어제날(지난날)의 아시아·태평양이 아니다. 일본이 전쟁과 대결의 대명사인 나토와의 군사적 공모결탁을 강화할수록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열도의 불안정과 불가역적인 고립만을 초래하게 될 뿐이다. 일본은 외세와의 군사적 결탁과 군사대국화가 곧 제2의 망국으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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