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명품백' 팔다 걸린 싱글맘…더 교묘해진 '짝퉁팔이' 수법

김윤호 2023. 5. 1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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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본부세관에 적발된 위조명품. 연합뉴스, 인천본부세관 제공

버버리·톰브라운 등 유명 브랜드 위조 제품을 7개월간 온라인으로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이 실형(징역형 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짝퉁 명품 제조나 밀수업자가 아닌 단순 개인 판매자가 징역형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여성은 상표법 위반 혐의로 처음 기소된 상태였다. 사법부가 명품 모조품 판매 행위를 국격(國格)을 훼손시키는 행위로 보고 무겁게 처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표법 위반에 징역형
울산지법 형사1단독 이성 판사는 정품 가격으로 계산해 6억 8178만 상당 가짜 명품을 판매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판결문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이혼 후 아이 2명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는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배달대행업으로 신고한 뒤, 2021년 5월 울산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영업장을 차렸다. 그러고 업자로부터 명품 짝퉁을 구해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 가짜 버버리 장갑 한 켤레를 정품 가격에 해당하는 25만원에 팔았다. 연예인 장갑으로 한창 유행을 탔던 체크무늬 장갑이었다. 이어 정품 가격 321만원 상당인 모조품 구찌 가방, 112만원 상당 구찌 여성 상의, 102만원 상당 구찌 신발, 59만원 상당 구찌 키링 짝퉁 등을 팔았다.

서울특별시민생사법경찰단에 적발된 위조명품들. 연합뉴스

한 여배우가 착용해 이름난 390만원 짜리 크리스찬 디올 모조품 가방, 81만원 상당 크리스찬 디올 지갑, 51만원짜리 발렌시아가 모자도 위조해 팔았다. 발렌티노·프라다·톰브라운·보테가베네타 등 각종 가짜 명품 브랜드를 구해다가 인터넷으로 판매했고, 중·고등학생이 선호하는 나이키 신발과 나이키 바지까지 짝퉁을 팔았다. 이렇게 적발 전까지 판매한 명품 모조품만 626점에 이른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가 판매한 상품은 인지도가 높고, 수량도 많다"며 "하지만 이혼 후 미성년자인 자녀 2명을 양육하고 있는 사정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진짜와 구별힘들 정도로 정교
이처럼 싱글맘이 거의 직업적으로 '짝퉁팔이'를 할 정도로, 가짜 명품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특허청이 상표권 침해 제품을 단속해 압수한 물품만 37만5583점에 이른다. 2019년 626만9797점에 달했으나 2020년 72만471점, 2021년 7만8061점 등으로 주는 듯하다가 지난해 다시 늘었다. 피해 금액(정품가액 기준)도 지난해 425억원으로 하루 1억 원어치 이상이다.

짝퉁 명품은 진품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롤렉스 시계가 대표적이다. 진품과 같은 재질 또는 진짜 부품을 섞어 만든 짝퉁으로 '프랭크' 작업 시계로도 불린다. '눕'이라는 이름으로 50만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고, 다른 명품 모조품보다 비싸다.

정교한 짝퉁. '눕'으로 불리는 롤렉스 모조품. 독자제공

짝퉁 명품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쉽게 찾을 수 있다. "나이키 조던 운동화는 어떤 중국 공장에서 가짜를 잘 만든다" "고야드 가방은 어디서 구매해야 정교한 가짜를 살 수 있다"와 같은 브랜드별 정교한 모조품 명품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까지 등장했다. 또 '스톤아일랜드'를 '돌섬'이라 부르는 모조품 별칭이 생겨났을 정도다. 구매자는 모조품이라도 명품을 소비하고 싶다는 '과시욕'에 제품을 산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상표법을 위반하면 7년 이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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