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례행사 된 은행권 횡령 사고

"아 또 횡령이야?" 최근 신한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자 타사 기자들과 동시에 내뱉은 말이다.

지난 1년간 은행을 출입하면서 보니, 2금융권을 비롯해 1금융권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까지 횡령이나 배임 등 금전 관련 사고는 잊을만하면 발생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하는 일종의 연례행사 같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최근에는 신한은행 강남중앙지점에서도 직원이 수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농협은행에서 직원이 고객 앞에서 1500만원을 훔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600억원대 횡령 사건이 일어나 세간을 놀라게 한 이후로도 꾸준히 비슷한 사고가 터지고 있다. '신뢰'라는 이미지가 곧 경쟁력인 은행들은 횡령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치명타'를 입는다.

물론 은행들도 매번 내부통제를 강화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실제로 은행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부 감사나 불시 검사도 수시로 이뤄진다고 한다. 최근 만난 한 은행원은 "매일 영업 후 보유 중인 현금이 제대로 맞는지 시재를 맞추는데, 몇백원만 틀려도 머리를 긁적이면서 실수였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엄격한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아예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준법경영부'까지 신설해 고삐를 조였지만 강남 한복판에서 또다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은행원 개인의 일탈까지 은행이 모두 사전에 통제하고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횡령·배임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법관들이 참고하는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을 횡령했을 경우에도 가중처벌을 받아도 권고 형량이 7~11년 수준이다. 게다가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은 47.5%(2021년 기준)에 달한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서민의 삶은 팍팍해지는데 이제 '내 돈을 맡겨도 괜찮을까'라는 걱정까지 더해지고 있다. 은행원들의 횡령죄에 대해 좀 더 무거운 잣대를 들이대야 할 시점이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