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급할수록 '이름값' 비싸진다
LX, HD현대 등 상표권 사용료 급증
올해 대기업 집단에 들어간 LX그룹이 ‘LX’ 이름값으로 올해 약 700억원을 받을 전망이다. 작년까진 ‘0원’이었다. LX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기도 했지만 내면을 따져보면 승계 구도가 연관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LX그룹은 그간 받지 않았던 상표권 사용료를 출범 3년 차인 올해부터 걷기로 했다. LX그룹 관계자는 12일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부산신항물류센터 총 6개사와 상표 사용계약을 체결했다”며 “사용료율은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0.2%”라고 말했다. LX그룹은 이런 내용을 담은 ‘LX상표 사용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지난해 5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6개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LX홀딩스가 거둬들이는 상표권 사용료는 718억원이다. 이들 계열사 중 LG그룹 시절 상표권 사용료를 낸 곳은 LX하우시스와 LX인터내셔널, LX엠엠에이 등 3곳이다. 3곳이 ㈜LG에 지불한 상표권 사용료는 2020년 기준 92억원이다. 나머지 3개 계열사들은 LX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상표권 사용료를 새로 내게 됐다는 얘기다.
계열사들은 실적이 나쁜데도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하는 처지다. 계열사 6개사 중 3개사(LX하우시스·LX세미콘·LX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적게는 16%, 많게는 79% 줄었다. 증권가에선 LX세미콘과 LX인터내셔널 영업이익이 올해도 전년 대비 각각 21%, 36%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장남 구형모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있는 LX엠디아이는 상표권 사용료 납부 대상에서 제외됐다. LX그룹 관계자는 “LX엠디아이는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영 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등을 주요하게 수행하는 회사"라며 "상표 사용에 따른 편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아주 제한적인 경우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구 회장은 작년 3월까지 LX홀딩스에서 경영기획부문장(전무)로 근무하던 구 대표를 약 9개월만에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동시에 LX엠디아이라는 새 회사를 LX홀딩스 지분 100%로 만들어 대표 자리에 앉혔다. 4세 구 부사장이 경영 최일선에 나서면서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해석이다.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일부 계열사들을 떼어내 2021년 5월 LX그룹을 설립했다. 구 회장은 고 구자경 명예회장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 동생이다. 그의 조카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총수 일가의 LX홀딩스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구 회장 20.37%, 장남 구형모 부사장 12.15%, 장녀 구연제씨 8.78% 등이다.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있는 HD현대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HD현대는 지난해 그룹명을 변경하면서 그룹 상표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상표권 소유권이 계열사 6개 공동 소유에서 HD현대 단독 소유로 바뀌었다. HD현대의 올해 상표권 수입은 3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상표권 공동 소유 시절 지주사 HD현대에 들어온 상표권 수익은 40억원(2020년 기준)이었지만, 단독 소유가 되면서 7배로 늘어나게 됐다.
HD현대 최대주주는 지분 26.6%를 보유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2대 주주는 지분 5.26%의 장남 정기선 대표다. HD현대그룹은 2021년 10월 정 대표를 HD현대와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사장으로 전격 승진시키면서 승계 작업에 속도를 올렸다. 현대가(家)는 승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아버지 정 이사장은 1982년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에 올랐고 5년 뒤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대표는 추후 아버지 지분을 넘겨받기 위해 7000억원대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지주사 실적으로 잡히는 상표권 수익은 상속세 마련 창구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HD현대는 고배당 대표 기업으로 통한다. 지주사 수익이 대부분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지난해 배당 성향은 147%에 달한다. HD현대가 작년 3월 밝힌 배당 성향 목표치는 ‘2024년까지 70% 이상’이다.
또 다른 예로는 LG그룹이 있다. ㈜LG는 국내 상표권 사용료 수익 1위다. 지난해 3655억원을 거뒀다. 1년 새 7% 증가했다. 순수 지주사인 ㈜LG는 계열사들에서 거두는 배당금, 상표권 사용료, 임대료 등 이 세 가지로 수익을 창출한다. 전체 수익에서 상표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4.2%다. ㈜LG 상표권 수익은 구광모 LG 회장이 상속세를 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매해 늘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 중 8.8%(1512만2169주)를 상속받았다. 상속세는 역대 최대인 7200억원이다. 2018년 11월부터 해마다 나눠 낸다. 올해 말 상속세 완납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상속세 일부가 과다하게 부과됐다며 세무당국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표권 수익은 총수가 있는 그룹일수록 많은 경향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총수가 있는 집단의 소속 회사 중 계열사들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곳은 84개사로, 이 중 절반 이상인 43개사가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이다.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인 기업의 상표권 수익(1조2800억원)은 총수 있는 집단의 전체 상표권 수익(1조5000억원)의 84.7%에 달한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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