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게이트]라덕연 일당이 세운 주요 법인 살펴 보니
회원 모으고, 수수료 받고…돈세탁 창구 역할 가능성도 커
“네? 제 명의로 그런 법인이 설립됐다고요? 제 밑에 애들이 만든 것 같은데...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 관련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라덕연 호안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본인 명의 법인 설립과 관련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CFD 반대매매가 터져 8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기 일주일 전 라덕연 대표 명의의 가구회사가 설립됐다. 하지만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이곳도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자금을 세탁하는 ‘자금 저수지’ 용도로 만든 곳으로 추정된다.
라덕연 일당 대표·이사인 16개 법인 확인
아시아경제가 확인한 라덕연 일당의 자금 저수지로 추정되는 법인은 16개다. 에베레스트파트너스·스페테딕·스테이지4·군랑·모티프스토리·이나라의왕이누구인가·스튜디오카르텔·호안에프지·더블류·시그니처골프·아쉬펠드앙쥬승마앤리조트·알앤에이·시그니처뷰티·호안·알앤케이홀딩스·경제미디어 등이다.
업종은 다양하다. 우선 에베레스트파트너스와 호안에프지는 경영컨설팅 업체로 분류된다. 자본금은 각각 1000만원, 15억원이다. 에베레스트파트너스의 경우 라 대표가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호안에프지 대표는 변모씨다. 변씨는 라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에베레스트파트너스는 금융당국에 신고조차 되지 않은 미등록 유사투자자문사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조언 등을 한다. 라 대표는 이 회사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보인다.
가구회사 스페테딕도 눈에 띈다. 이 회사 역시 라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라 대표는 지난달 18일 이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자본금은 5억원으로, 신규 법인 기준으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사업 목적은 목재가구, 기타가구 제조업 및 도·소매업 등이다. 라 대표 본인이 대표지만 설립된지도 몰랐던 회사다.
현재 스페테딕 등기상 주소지에는 C사가 운영하는 M브랜드 가구점이 입점해 있다. M가구 브랜드는 이 건물 1층과 지하 1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라 전 대표의 법인 등기 주소도 이와 일치한다. 하지만 스페테딕이라는 브랜드는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라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투자 수익금을 챙기기 위해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 대표 측근인 프로골퍼 안모씨의 부친도 가구사업을 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다수의 영장제작 관련 법인들도 관심을 끈다. 라 대표와 연관된 업체는 스테이지4·군랑·모티프스토리·이나라의왕이누구인가·스튜디오카르텔 등이다. 이들 회사 모두 라 대표 측근 변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스튜디오카르텔은 자본금 13억원인 반면 나머지 회사는 자본금이 1000만원 수준으로 영세한 수준이다.
관련 업계에 존재감 없어…돈세탁 창구 의혹
사업 목적은 비슷하다. 주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 구매, 판매 및 임대업 ▲국내외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사와의 교류사업 ▲영화, 방송 및 기타 공연 관련 사업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등을 명시했다. 대부분 서울 성동구에 밀집해 있다. 그러나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업계에서 존재감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이들 회사 역시 자금을 세탁히는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영화·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두 처음 들어보는 회사”라며 “아무리 신생사라고 해도 업계에서 활동을 하면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회사와 함께 눈에 띄는 법인은 알앤에이(케이블TV), 경제미디어(인터넷 매체) 등이다. 업계에서는 라 대표 등이 투자자들에게 케이블TV 등의 매체로 수수료를 광고 형식으로 받고 그 돈을 콘텐츠 회사에 제작비, 영상 구매 등의 명목으로 지급해 돈을 빼돌리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라 대표 등은 더블류(음식점)·시그니처골프(골프연습장)·아쉬펠드앙쥬승마앤리조트(승마클럽)·시그니처뷰티(피부관리)·호안(투자컨설팅), 알앤케이홀딩스(투자자문) 등 다양한 업종을 내걸고 활동했다. 업계는 라 대표가 시그니처골프와 시그니처뷰티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나머지 회사들을 통해 돈을 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들 회사를 통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으면서 이른바 ‘카드깡’ 방식을 동원했다는 의혹, 외국에 골프장 등 부동산을 사들여 주가 조작으로 실현한 차익과 수수료를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제 실내 골프연습장인 시그니처골프의 경우 자본금이 133억원에 이르러 해외 송금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한편 라 대표 등은 지난 11일 자본시장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구체적인 주가 조작 수법과 경위를 추궁하는 한편 시세조종에 가담한 다른 공범들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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