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열전]④42세 여성, ESG 소방수로…우리금융 송수영 이사
탄소배출 감축 프로젝트·블랙록 IR 등 성과
외향적 성격에 내부 신망 두터워
“40대 이사님이 합류하면서 이사회 분위기가 한층 더 젊고 트렌디해졌어요. 50·60대 이사님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시기 때문에 실무자들과 이사회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송수영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가까이서 지켜본 그룹 실무자의 평가다. 송 이사는 현직 변호사로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1980년생 만 42세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에서 유일한 40대다. 송 이사 이름 앞엔 ‘최연소’ 타이틀 외에도 ‘우리금융 최초 여성 사외이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송 이사는 ESG 전문성을 인정받아 우리금융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세종에서 ESG·금융 분야 전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늦어 ESG가 약점으로 꼽혔던 우리금융의 자체 추천을 받아 선임됐다. 현 우리금융 사외이사 6명 가운데 유일하게 과점주주의 추천을 받지 않은 구성원이다. 송 이사는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되자마자 이사회 아래 ESG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우리금융의 ESG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룹 ESG 부서에서 설계한 계획을 검토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이다.
1년여간 활동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탄소 배출량 측정 프로젝트’, ‘여성 인력 확충 목표’ 등 구체적인 ESG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하반기 우리금융의 ESG 경영 성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2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우리금융 지분 5% 취득에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이사는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이 개최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금융‘ 국제콘퍼런스에서 헤니 센더 블랙록 매니징 디렉터에게 우리금융의 ESG 경영 현황과 목표에 대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설명했다. ESG를 주요 투자 지표로 고려하는 블랙록이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송 이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의 한 ESG 담당자는 “ESG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먼저 물어봐 주고 그에 맞게 해결책도 제시해준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이사회 활동은 송 이사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다. 그는 “변호사로서 자문만 할 때와 달리 ESG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행되는지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어 저 역시 도움을 받는다”고 전했다.
금융과 깊은 인연송 이사와 금융업의 인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금융팀 연구원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보험, 증권을 담당하며 관련 종목 분석과 보고서 작성을 주로 했다. 1년 8개월간 경력을 쌓은 후 서울대 법과대학에 편입학한 송 이사는 2007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애초 금융 전문 변호사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으나 접점은 계속 생겼다. 로펌 취직 후 금융기관 법률 자문, 선박금융·부실채권 매각·부동산금융 자문 등을 주로 했고, 2014년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금융법무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송 이사는 변호사 업무와 외부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학업을 이어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전문석사를 취득했고 2020년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 수료했다. 송 이사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했지만 업무 분야 및 업계와의 교류를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내서 찾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만난 대기업 임원, 교수 등과 지금까지도 교류하고 있다.
로펌서는 ‘밥 잘 사주는 선배’그는 로펌 내에서도 ‘전설’로 꼽힌다. 일벌레에다 역량도 뛰어나서다. 그는 현재 국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의 지분파트너다. 로펌 지분을 갖고 경영에 관여하며, 사건 수임을 총괄하는 자리다. 파트너 변호사에서 지분파트너가 되려면 보통 3년 이상 걸리는데 송 이사는 그 기간이 2년도 안 돼 승급이 빠른 편이었다.
능력만큼이나 내부 신망도 두텁다. 송 이사는 ‘밥 잘 사주는 선배’로 통한다. 로펌에서 송 이사와 가깝게 지내는 동료는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꼭 시간을 내서 밥을 사준다. 밥을 먹어야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철칙”이라고 전했다. 단기간 일을 몰아쳐서 끝내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평소 스킨십을 늘린다는 취지다. 우리금융 직원들과도 밥을 먹으며 교류를 중시한다고 한다.
송 이사는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에게 육아는 언제나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아있다. 얼마 전 어버이날에는 송 이사에게 충격을 안긴 ‘편지 사건’도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가 육아를 맡아주는 할머니에게만 감사 편지를 쓴 것이다. 송 이사는 “아이들은 바쁜 엄마로만 인식하겠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면서 “같은 길을 걷는 여자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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