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교사? 불가능" 전국 45명, 경북대도 폐지…독어는 더 적다
전국 대학에 4곳 남은 불어교육과 중 한 곳이 문을 닫는다. 학생 수가 줄고 제2외국어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과거 인기 과목이었던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고사 위기다.
14일 경북대에 따르면 2025학년도부터 유럽어교육학부 불어교육전공을 폐과한다. 1970년 경북대 사범대 외국어교육학과 불어전공으로 시작된지 53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이번 폐과로 불어교육과가 있는 대학은 전국에 서울대, 한국교원대, 한국외대 3곳만 남는다.
제2외국어교육과 통폐합 속도…"신규 교사 안 뽑아"
불어·독어교육과가 연이어 문을 닫는 직접적 이유는 신규 교사를 뽑지 않아서다. 불어·독어교육과가 없어져도 불문학이나 독문학 전공자가 교직과정을 이수하면 교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신규 임용 자체가 사라지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2년 만에 프랑스어와 독일어 교사를 1명씩 뽑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2008~2009년 이후로 국공립 불어·독어 교사 선발이 없었다. 홍성구 경북대 사범대학장은 “불어 교사가 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부분 학생이 국어나 영어 복수전공을 하고, (불어보다) 다른 전공 공부를 더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90년대 인기…중국어·일본어에 밀려 이중고
현장에선 독일어와 프랑스어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중국어, 일본어의 상승세에 밀려 유럽어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1991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동아시아권의 위상이 높아지며 중국어와 일본어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제2외국어가 처음 도입된 2001학년도에는 독일어(30.8%)와 프랑스어(23.6%) 선택자가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독일어(3.7%)와 프랑스어(5%) 선택자는 스페인어(6.2%)보다 적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어 선택 비율은 9%에서 16.7%로 늘었다.
학생 수 감소와 입시 체제 변화도 제2외국어 교육에 타격을 입혔다. 수능이 선택형으로 바뀌면서 제2외국어를 아예 치르지 않는 수험생이 더 많다. 특히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전체 응시생 중 7.4%만 제2외국어 시험을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대입에서 영향력이 줄었다. 서울대 인문계열을 제외하면 반영하는 대학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입시에서도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시대적 흐름” vs “외국어 경쟁력 중요”
하지만 제2외국어 교육을 수요에 의해서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박동열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세계가 다핵화·다변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언어로만 쏠리는 현상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럽 국가들은 학생이 3개 언어를 할 수 있게 교육한다. 단순히 언어 교육이 아니라 세계 시민 교육의 일환으로 외국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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