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보다 더 심각" 美디폴트 우려...이번주 돌파구 찾을까

뉴욕=조슬기나 2023. 5. 1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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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6월1일 미국 연방정부가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의회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주 초에는 앞서 연기된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 간 2차 협상도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시 급락,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2011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쏟아진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얼마나 타결에 근접했느냐는 질문에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며 "고 밝혔다. 그는 부채한도 상향의 책임이 의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행정부도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의회가 부채한도를 상향하지 않을 경우 초유의 디폴트 사태로 실직, 금융시장 혼란 등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와 정계 모두 6월1일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경고에 충격을 받았다. 예상보다 청구서가 더 앞당겨졌다"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공화당 간 긴급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지금까지 협상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 간 회동이 이뤄졌으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직후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2차 회동도 연기된 상태다. 이는 실무진 간 논의에서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현재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한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조건 없는 상향을 요구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이번주 초에 2차 회동에 나선다. 오는 17일부터 3일간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등 3개국 순방에 나선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초인 15~16일에 2차 회동에서 진전이 확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변화에 대해 실질적 논의가 있다"면서 "앞으로 며칠 안에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차 회동 직후에는 G7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자칫 부채한도 상향을 둘러싼 의회 대치가 극에 달하며 증시 급락,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이어졌던 2011년8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S&P글로벌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고, 직후 블랙먼데이가 닥쳤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011년을 떠올리게 한다"며 "그때보다 미국은 더 양극화됐고, 양측은 더 단호해졌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디폴트까지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주 초 회동에서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의 경계감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원이 메모리얼데이로 22~29일 휴회도 앞두고 있어 더욱 시한은 촉박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12일 업데이트된 보고서를 통해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을 경우 6월 1~2주 중 디폴트 위험이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날 오전 하원 외교위원장인 마이클 맥콜은 의회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회에 19년 이상 몸담은 민주당 소속 에마누엘 클리버 하원의원은 "국가 위기 상황을 막기 위해 제 시기에 부채한도를 조정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 역사상 최대 정치적 실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1년을 포함해 수십년간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민주당 고문을 역임했던 토마스 칸 역시 ▲공화당이 현재 요구하는 삭감 수준이 2011년보다 더 큰 폭이며 ▲일부 공화 보수파들이 목표 관철을 위해 디폴트도 각오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점 ▲공화당 내 매카시 하원의장의 약한 입지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이유로 2011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본다. 디폴트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고 경고했다. 현재 대학으로 소속을 옮긴 그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며칠간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결국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비상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존 라슨 하원의원은 "필요하다면 14조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윌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14조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상황이 금융시장은 물론 소비심리에도 부정적 여파를 미치고 있다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 한도 상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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