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함께 뛰는 재미, 러닝 크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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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크 판매 주기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업계에 오래 몸담은 이에 따르면 케이크는 연중 잘 판매되는 편이다.
이 관계자는 "윤달이 끝나자마자 케이크 판매량이 살아나는 게 신기하더라"고 했다.
케이크 판매량이 연중 가장 많을 때는 12월 크리스마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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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크 판매 주기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업계에 오래 몸담은 이에 따르면 케이크는 연중 잘 판매되는 편이다. 케이크는 생일 축하를 위한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이 태어난 날은 달마다 고루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 빵에 비해 단가가 높은 케이크는 마진도 그만큼 커서 안정적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케이크는 1년 내내 잘 팔리는 ‘매출 담보’ 제품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윤달이 든 탓이다. 윤달은 태음력과 태양력을 맞추기 위해 음력에 1개월을 더 보탠 달이다. 올해는 3월 22일~4월 19일이 윤달이었다. 음력에 끼워 넣은 달이기 때문에 이 기간엔 음력 생일자가 없다. 케이크 판매량도 뚝 떨어졌단다. 이 관계자는 “윤달이 끝나자마자 케이크 판매량이 살아나는 게 신기하더라”고 했다.
인상 깊은 대목은 연말 판매 전략이었다. 케이크 판매량이 연중 가장 많을 때는 12월 크리스마스 주간. 그가 일하는 회사는 지난 연말 신제품을 내놨는데, 경쟁사가 출시한 케이크 종류를 모두 포함하는 홍보 자료를 뿌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것만 홍보하면 효과가 작다.” 다양한 케이크를 소개하면 소비자들이 여러 종류에 관심을 갖게 돼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연말에는 평소 흔히 보던 과일 생크림 케이크 외 독일의 슈톨렌과 이탈리아의 파네토네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시즌 케이크가 시중에 팔렸다.
이런 노력 덕에 2009년 3조원대에 머물던 제빵업계 매출은 매년 15%가량 성장해 지난해 7조원대까지 커졌다. 업계의 협력과 경쟁은 시장을 키울 뿐만 아니라 풍성하게 한다. 대표적 예가 근래 ‘제로’ 드링크 경쟁이다. 슈거 제로, 칼로리 제로 음료는 100㎖당 4㎉ 미만일 경우다. 슈거 제로는 설탕 대신 스테비아 등으로 맛을 낸 음료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거운 건강 관리) 열풍 속에 설탕, 칼로리 등이 낮거나 아예 없는 제품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편의점 냉장고에 가지런히 놓인 온갖 제로 음료들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하던 음료업계 관계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설탕을 안 쓰고 칼로리를 낮추면서 맛을 낸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음료나 주류는 판매 단가가 높지 않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한 주류회사는 신제품 출시 후 지역마다 해당 주류를 판매하는 지도를 별도로 만들어 관계사에 나눠줬다고 한다. 회식을 하거나 약속 장소를 잡을 때 자사 제품이 있는 식당으로 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식품업계 경쟁은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올해의 경우 여름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비빔면 경쟁이 치열했다. 농심은 지난 2월 ‘배홍동쫄쫄면’을 내놨다. 하림은 3월 ‘더미식 비빔면’을 선보였다. 팔도는 ‘꼬들김 비빔면’을 선보였다. 삼양식품도 ‘4과 비빔면’을 출시했다. 비빔면 마니아들은 덩달아 신제품을 맛보기 바쁜 상황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고 협업하는 식음료 기업들의 모습이 달리기 동호회 ‘러닝 크루(running crew)’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무렵 회사 인근 여의도공원을 지나다 무리 지어 달리는 러닝 크루를 종종 마주친다. 민소매에 레깅스나 반바지 차림으로 도심 공원을 가로지르는 그들은 늘 상쾌한 느낌을 준다. 함께 달리는 러너들은 “하나, 둘” 구호를 하기도 하고 무슨 대화 끝인지 까르르 웃기도 한다. 경쾌한 발길을 바라보다 잠시 멈춘다. 같이 뛰는 건 왜일까. 답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함께 뛰면, 훨씬 재미있다. 식품기업들의 경주가 오버랩된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어제보다 더 맛있는 식품과 음료를 오늘 맛본다.
강주화 산업2부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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