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내수용 확장억제
전개… 비용 공짜 아닌 만큼
막무가내 확대할 필요 없어
이번 주 있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미국이 정례 배치를 공언한 전략핵잠수함(SSBN)이 한국에 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런데 SSBN을 비롯해 미국 전략자산이 전개될 때마다 한 번씩 이상할 때가 있다. 전략자산 본연의 역할 및 기능과 다소 맞지 않게 전개될 때가 있어서다. SSBN도 그 예 중 하나다.
군사전문가인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에 따르면 SSBN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II’의 사정거리는 1만2000㎞로 제원상 목표물에서 최소 2500㎞ 떨어져야 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SSBN을 한반도에 배치시키고 미사일을 쏘면 북한을 넘어간다.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설명이다.
지난해 미 핵추진 잠수함이 잇달아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도 효용성과 관련한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한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잠수함을 공개한다는 게 전략상 맞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잠수함이 무서운 이유는 물속에서 몰래 다니다가 기습 공격하기 때문이다. SSBN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력 노출 위험에 관한 우려가 나왔다.
혹자는 이를 두고 ‘내수용 확장억제’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자산 전개가 아니라 남한 사람들의 심기보전용이라는 것이다. 효과는 잘 모르겠다. 북한이 이제는 전략자산이 전개돼 있는 상태에서도 미사일 맞대응에 나서는 극도의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어서 혹여나 충돌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전략자산 전개는 사실 어떻게 보면 공중에 돈을 흩뿌리는 격이다. 단순히 말해 북한이 겁먹도록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무기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남한의 안보를 지킬 수만 있다면야 공중에 뿌리는 돈이든 바다에 버리는 돈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이 돈이 실제 북한을 억지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 편하자고 들이붓는 것이라면 조금 아깝다.
이번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 확장억제여서 앞으로 한반도 인근에 온갖 미국 무기들이 출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확장억제에 쓰이는 비용 문제도 더 많이 거론될 수 있다.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한반도에 전개될 때 6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하니 SSBN이 한국에 올 때마다 발생시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게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또는 순환배치에 대해 국방비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때 대놓고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우리 측에 요구했다.
2021년 동맹을 중시한다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SMA 협의가 급물살을 탔는데, 당해연도 인상률은 우리가 제시했던 수준인 13.9%로 했지만 매년 적용하는 증가율을 이전보다 높게 책정함으로써 이득을 챙겨갔다. 대통령실과 군 당국에선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방위비분담금은 전혀 상관없다고 하던데 차후 미국 측과의 협상에서도 자신 있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확장억제가 지금의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최선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 선(善)’도 아니다. 국민 세금이 들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효용에 대한 고민 없이 막무가내로 확대할 것도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확장억제 강화가 누구를 보고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금 더 설득력 있는 확장억제가 돼야 온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 핵실험이 있은 후 미 스텔스기가 북한 상공을 휘저었는데, 당시 북한이 이걸 전혀 모르고 있다가 미군 측에서 공개하니 그제야 반발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진짜 벌벌 떨게끔 만드는 확장억제라면 방위비를 갖다 쓴다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영선 정치부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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