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영화 속에서 보던 ‘하늘을 나는 택시’ UAM이 온다
어릴 적 흥미진진하게 본 영화 중 ‘제5원소’라는 작품이 있었다. 1997년 개봉한 영화로 유명 감독 뤼크 베송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았는데 23세기의 미국 뉴욕과 이집트, 크고 아름다운 우주를 무대로 선과 악의 싸움을 인상 깊게 묘사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마치 승용차처럼 생긴 작은 비행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영화 제작진은 ‘23세기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실용화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영화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근거리 교통수단이 최근 실용화 움직임을 보인다. 정식 명칭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영화 속 하늘을 나는 택시가 현실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실과 영화 속 모습은 다소 차이가 있다. 수년 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 속 UAM은 어떤 형태가 될까.
UAM은 에어택시, 플라잉카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초대형 드론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만든, 많아도 7~8명까지만 탑승하는 소형 항공기다. 엔진 대신 모터를 넣고 연료탱크 대신 배터리를 넣는 식이므로, 흔히 볼 수 있는 드론을 사람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든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배터리 자체의 효율이 문제가 되는데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배터리 관련 기술이 실용화 열쇠가 됐다. 장거리 전기 비행기는 기술적으로 아직 무리지만 단거리 정도는 무리 없이 비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UAM은 이미 기술적으로 실용화 단계다. 문제는 운항시스템을 가다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더라도 안전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실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잡고 있다. 완전히 자리 잡으려면 20년 이상은 내다봐야 한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여러 기업이 UAM 개발에 적극적이므로 시기가 문제일 뿐 조만간 현실화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UAM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건 2020년 1월이다.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현대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공동으로 UAM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현대차가 UAM 본체를 개발하고, 사업 인프라는 우버가 공급하는 합자 형태 사업이다. 현대차는 이 사업을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지낸 신재원 박사를 UAM 사업부장 겸 사장으로 초빙해 팀을 꾸렸다. CES 현장에서 실물 크기의 콘셉트 항공기 ‘S-A1’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무렵 현대차를 비롯해 여러 회사가 UAM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2020년 CES를 UAM 상용화 시작의 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체마다 형식이나 모양은 다르지만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헬리콥터보다 안전성이 우수하며, 소음도 적은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운영은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까. 에어택시라고도 불리지만 운영은 의외로 ‘광역버스’ 체계와 비슷하다. 소형이라지만 항공기다 보니 노선과 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도시 생활권을 여러 개 구역으로 나눈 다음 구역마다 도심형 수직 이착륙공항(도심공항)을 건립해야 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수도권 주민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그 안에서 다시 여러 개 구역을 나누는 식이다. 공항이라고 하니 거창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소형 항공기가 수직으로 이착륙하므로 작은 빌딩 정도의 규모면 충분하다. 적합한 규모의 빌딩 옥상 등을 개조하는 형식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도심공항을 찾아가 원하는 노선의 UAM을 골라 탑승하면 원하는 다른 구역의 도심공항까지 단시간에 날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이 주변 건물의 도심공항만 찾아간다면 불과 10여분 내에 인천공항 옆 도심공항에 착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통 체증 등으로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도심 교통수단의 단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만한 혁신적 서비스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도시 외곽에서 대도시의 혜택에 접근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지역 사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더욱더 가깝게 만들어 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려면 많은 기업의 힘이 필요한데 UAM 상용화를 위해선 비행체 개발로 끝나지 않는다. 도심공항 및 이착륙장 건립, 항공관제를 위한 초고속통신망 연계 등 다양한 일을 맡을 기업도 필요하다. 특히 상용화 과정에서 이동통신 업체의 역할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여러 대의 비행체를 통제하려면 통신 인프라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반응은 고무적이다. 지난해 국토부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실증사업을 시행한다고 공표했는데 이때 참여 신청 기업은 현대차, 한화, SK, LG, 롯데 등 51개나 됐다. 세계적으로는 300개 이상 업체와 기관이 UAM에 투자하고 있으며, 2040년대에는 UAM 시장이 1조5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들린다.
UAM이 완전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다. 여기에 각종 법 규정에 대한 정책 수립도 뒤따라야 한다. 지상 및 항공교통 통합과 같은 제도적 개선도 이어져야 한다. 도심공항 구축과 충전소, 정비시스템 등의 인프라 구축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항공기 간 통신과 관제를 위한 전용 통신망 구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UAM은 이런 숙제를 모두 해결해서라도 구축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어릴 적 영화 속에서 보던 꿈의 교통수단, ‘하늘을 나는 택시’가 우리 현실에 들어올 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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