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책과 지식의 신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알렉산더 대왕은 동방 원정 지역 30~40곳에 신도시를 건설해 헬레니즘 세계 경영의 거점으로 삼았다. 그 가운데 이집트의 제2 도시인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가 가장 유명하다. 대왕의 급서 후에 프톨레마이오스는 스스로 왕조를 세워 이집트를 통치했고 알렉산드리아에 수도를 두었다. 기원전 3세기 초대형 도서관을 지어 지중해 세계의 모든 도서를 수장, 고대 학문 연구와 교류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현대 이집트의 지식인들이 고대 도서관 재건 운동을 벌였고, 국제사회 후원으로 2002년 새로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개관했다.
총 11층 높이의 새 도서관은 원통을 기울여 반쯤 지하에 묻은 형상이다. 기울어진 원형 지붕은 반짝이는 금속 재질이어서 마치 사막의 지평선에서 떠오는 태양과 같은 이미지다. 태양신 레(또는 라)를 숭상했던 고대 이집트에 대한 오마주로 읽히기도 한다. 지상으로 솟아난 원통 벽은 나일강 중류 아스완 지역에서 채석한 화강석으로 마감했다. 석벽에는 지식과 학문의 상징으로 전 세계 4000여 개의 고유문자와 기호들을 새겼다.
가장 경이로운 곳은 내부공간이다. 직경 160m의 거대한 원통 공간 안에 7층의 테라스를 계단식으로 설치했다. 각 테라스는 체계적으로 분류된 서고와 독서공간으로 2000명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의 개가식 열람실이다. 북쪽으로 뚫린 지붕 천창들을 통해 적정 조도의 간접 채광이 들어와 내부를 신성하게 만든다. 무수히 반복하는 높은 기둥들이 카르나크 신전의 대열주실(大列柱室) 같은 고대의 건축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 공간을 창조한 건축가들은 노르웨이의 스뇌헤타 그룹이다. 설계 당시 30대 초반의 신예들이었고 2025년 완공 예정인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고대 도서관의 입구에 ‘영혼의 안식처’라고 쓰였다 한다. 새 도서관은 현대 기술을 기반으로 고대 문명의 역사성과 나일 삼각주의 지역성을 구현한 새로운 영혼의 신전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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