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윤 대통령에 간호법 거부권 건의…“의료체계 붕괴법”

김준영 2023. 5. 1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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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기념촬영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한 총리,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김 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김현동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는 14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수용할 경우 간호법은 양곡관리법에 이어 윤 대통령의 2호 거부 법안이 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란 점에 공감했다”며 “야당이 지난달 27일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간호법에 대해 ▶보건의료인 간 협업을 저해하고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자 ▶‘간호조무사 차별법’이며 ▶400만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가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은 간호법 없이 정책으로도 가능하다고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당정협의회 때만 해도 “중재안을 만들어 설득하겠다”던 국민의힘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건 간호법을 둘러싼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으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최근까지 직역별 단체들과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엔 자체 중재안도 제시했으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자격과 처우 개선을 담은 기존 의료법과 별도로 규정한 제정법으로 직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빚어졌다. 간호협회는 간호법 즉시 시행을 요구하는 반면 의사·간호조무사 등은 간호사의 단독 개원 등 직역 침범 및 차별 가능성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행사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도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기류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느 일방의 이익만 반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숙원 사업이 불발된 간호협회가 총파업에 나설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당정은 또 형사 범죄로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기로 했다. 여당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과하게 입법한 것은 맞지만 추후에 재개정을 하는 게 맞다고 보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당장 대한의사협회가 긴급 회의를 여는 등 반발했다.

한편 이날 당정은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강화와 음주운전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 ‘제로’를 목표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운전자가 쉽게 인식하도록 보호구역의 기점과 종점을 표시하는 노면 표시와 노란색 횡단보도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15일엔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폭을 결정해 발표한다. 전기료는 ㎾h당 8원 가량, 가스요금은 지난해 인상분인 메가줄(MJ)당 5.47원 안팎을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 수석대변인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담당 부처와 마지막 당정협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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