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성토장 된 민주당 의총…조사 중단 방침도 뒤집혔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코인 투자’ 의혹으로 복합 위기를 맞이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질타는 물론,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 요구와 퇴진론까지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연단에 올라 “어려운 민생고 속에서 신음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당 소속 국회의원이 이런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민주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김남국 의원이 핵심 측근인데도 실명을 말하지 않고 ‘소속 국회의원’이라고만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어 “불철주야로 국민의 삶을 챙겼어야 할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점,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날 의원총회가 열린 회의장 연단엔 ‘담대한 변화, 견고한 통합’이란 문구가 걸렸다. 쇄신 의총을 계기로 당내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게 당 지도부의 취지였으나, 정작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고성이 오가는 격론이 벌어졌다. 코인 의혹 등에 대한 당의 대처를 두고 이 대표를 직접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비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자유 발언에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부실했다”며 “이 대표 스스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조인 출신 김회재 의원도 “당이 대응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며 “외부 인사라도 모셔서 조사기구를 만들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남국 의원이 ▶이용거래소 ▶전자지갑 ▶거래코인 종목·수입 등 일부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당 진상조사팀이 발표하자, 회의 분위기는 초장부터 격앙됐다. 박용진 의원은 “김 의원이 무책임하게 탈당선언을 해버리면서 당을 더 궁지에 모는 우(愚)를 선택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지도부가) 지금처럼 좌고우면 늑장 대응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를 향해 김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와 국회 윤리위 제소도 요구했다.
당헌·당규상 탈당자에 대해 징계할 수 없다는 당 지도부 인사의 입장 발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승래 의원은 “지금은 당헌·당규를 따질 게 아니라 당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복수의 의원이 “탈당한 김 의원의 협조를 구해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라거나 “탈당자라도 윤리심판원이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 대표와 김 의원에 대한 질타가 반복되자,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이 반발하기도 했다. 한 친명계 수도권 의원은 “당이 자성한다면서 하나씩 다 쳐내면 윤석열 정권과 싸울 때 누가 앞장서겠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후 비명계 설훈 의원이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회의장은 술렁거렸다. 이날 이 대표는 본인을 향해 쏟아지는 입장 표명 요구에도 끝까지 침묵했다고 한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내부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국민 절반 이상이 ‘돈 봉투 의혹 등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가 잘못됐다’고 응답했고, 이 결과는 민주당 국회의원·당원 대상 조사와 적지 않은 괴리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일반 국민은 민주당이 도덕성 측면에서도 국민의힘에 비해 더 나은 측면이 없다고 봤다”며 “의원들은 그래도 민주당이 더 낫다고 봤는데, 충격적인 결과였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4시간 20여분가량의 격론 끝에 900여자 분량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반성하고 변화하겠다”며 “국민의 상식에 맞는 정치윤리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날 탈당계를 제출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윤리 규범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며 “당의 윤리기구가 반부패기구로 거듭나도록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독립된 지위와 위상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자산을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하는 법 개정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공직자윤리법을 5월 안에 개정하면서 즉시 시행으로 명시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 기간인 내년 3월이 아닌 즉시 신고하도록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오현석·성지원·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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