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신임 물어야"도 나왔다…김남국 성토장 된 野의총
‘거액 코인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탈당했다. 그의 가상화폐(코인) 투자가 논란이 된 지 아흐레 만이다. 탈당함으로써 김 의원은 당 차원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은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내에서도 “꼼수탈당”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 이상 당과 당원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탈당의 뜻을 밝혔다. 다만 “앞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강경 대응으로 태세 전환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지난 일주일 허위 사실에 기반한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오후 2시쯤 탈당계를 접수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탈당계가 접수되는 즉시 당원 자격은 소멸한다. 대다수 당 지도부 구성원들은 김 의원의 탈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당이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김 의원 가상화폐 투자 진상조사는 시작 나흘 만에 제동이 걸렸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당원이 아닌 사람을 당이 조사하기 쉽지 않다. 특히 계좌에 로그인해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데, 탈당한 상태에서 그런 내용을 요구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이재명 당 대표의 긴급 지시로 진행 중이던 윤리감찰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당과 당원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탈당했지만, 조사·감찰의 부담을 더는 쪽은 김 의원인 셈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자진 탈당을 막아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의 징계절차를 무력화시키는 건가.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 가는 꼼수탈당”이라며 “탈당을 절대로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금까지 당이 나서서 당내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논란을 비롯해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당 지도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급작스레 탈당한 김 의원을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김 의원이 무책임하게 탈당 선언을 해버리면서 당을 더 궁지에 모는 우(愚)를 선택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며 “민주당이 탈당으로 손을 놔버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다 끝장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해서도 “좌고우면 늑장 대응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치지 말라”며 김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요구했다.
김 의원 탈당과 관련해 당헌·당규상 탈당자에 대해 징계할 수 없다는 지도부 일각의 입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승래 의원은 “지금은 당헌·당규를 따질 게 아니라 당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복수의 의원들이 “탈당 이후에도 김 의원의 협조를 구해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라거나 “탈당자라도 윤리심판원이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당 진상조사단(단장 김병기)은 최근 4일간 김 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 “(김 의원으로부터) 일부 자료는 제출받았으나 몇 가지 사안은 확인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내용은 파악 못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질타도 나왔다. 비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자유 발언에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부실했다. 이 대표 스스로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월 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재신임 투표’ 주장이 두 달여 만에 다시 분출된 것이다. 당시 친명계에서는 “많은 당원·국민이 이 대표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라며 재신임 투표 요구를 일축했었다.
이 대표는 회의 시작에 앞서 연단에 올라 “국민 여러분께 당 소속 국회의원이 이런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김 의원이 핵심 측근인데도 실명을 말하지 않고 ‘소속 국회의원’이라고만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어 “불철주야로 국민의 삶을 챙겼어야 할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점,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탈당을 “민주당의 꼬리 자르기”로 규정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얼마나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면 매번 이런 식 꼼수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나. 송영길 전 대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이어 김 의원까지, 이쯤 되면 민주당은 탈당이 면죄부 받는 ‘만능 치트키’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인 송 전 대표와 윤·이 의원도 당 자체 조사가 시작된 뒤 탈당했다. 대량 해고 사태와 임금체불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은 2020년 9월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조사에 들어간 지 8일 만에 탈당을 선언했다. 지역 보좌관 성범죄 관련 ‘2차 가해’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도 2021년 7월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 하루 만에 탈당했다. 양 의원이 스스로 당을 떠나면서 징계 절차는 중단됐었다.
민주당이 김 의원 탈당 직후 자체 진상조사와 윤리감찰을 중단한다고 밝힌 데 대한 비판도 높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갑자기 김 의원이 탈당하고,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은 더 이상 조사하지 않겠다고 한다. 김 의원이 탈당한다고, 했던 코인 거래가 사라지느냐”고 물었다. 이어 “탈당했다고 과거에 당원으로서 했던 행동들에 대한 조사를 못 한다고 한다면, 권도형이 몬테네그로에서 우리 국적을 포기하면 우리도 테라, 루나 사건 수사도 멈춰야 하냐”고 지적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꼬리 자르기로 무마할 게 아니라 즉각 국회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김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석·성지원·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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