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짓눌린 지지율 알고 보니…[신율의 정치 읽기]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윤석열정부 1년에 대한 여론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5월 5일 공개한 여론조사(5월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9.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포인트 오른 33%였다. 역대 정권 취임 1주년쯤 지지율을 보면, 노태우 45%, 김영삼 55%, 김대중 60%, 노무현 25%, 이명박 34%, 박근혜 57%, 문재인 78%(한국갤럽 기준)였다. 탄핵 직후 등장한 문재인 정권 지지율은 예외로 해야 한다.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사건의 여파가 대통령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지지율은 끝에서 두 번째다. 취임 초반기 이른바 ‘광우병 사태’로 인해 곤혹을 치른 이명박 대통령보다도 낮다.
윤석열 정권 성격은 분명 보수지만,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정통 보수 세력이라 보기도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지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었던 검찰총장 경력은, 그가 보수 정치인의 대표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데 상당한 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경력은 그가 정통 보수 세력이라 보기 힘듦을 보여준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보수 유권자의 전략적 마인드 덕분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해 촛불을 들었던 적지 않은 수의 보수층은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합리화하는 차원에서 윤 대통령을 선택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는 자신의 정치 행위를 반성하기보다는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은 태생적으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이라는 ‘역사적 특성’을 갖고 있다.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진보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무리 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이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는 의미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권은 처음부터 튼튼한 지지 기반 없이 출범한 정권임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관련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압도적 입법 권력’을 야당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민주당은 압도적인 입법 권력을 이용해 행정 권력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상징된다. 찰스 카메론 프린스턴대 교수는 2000년 ‘거부권 협상(Veto Bargaining : Presidents and The Politics of Negative Power Paperback(Presidents and the Politics of Negative Power))’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야당이 선심성 정책의 법안을 의도적으로 통과시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야당은 선심성 정책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켜 해당 법안 관련 집단의 지지를 얻고, 이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해당 법안 수혜 계층이 쏟아붓는 비난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 때문에 ‘행정 권력이 입법 권력을 무력화시킨다’는 일반 여론의 비난이다. 작금의 상황은 이런 이론을 ‘연상하게’ 만든다. 민주당은 과거부터 자신들의 수적 우위를 통해 임대차 3법과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지만, 요새 밀어붙이는 법안을 보면 특정 유권자 집단 지지를 받는 법안이 다수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은 농민, 그것도 벼농사를 하는 농민만을 위주로 하는 법이다. 간호법은 간호사들의 이익과 직결돼 있으며,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적극 지지하는 법이고, 방송법 개정은 야당 지지자가 원하는 법이다. 이런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들 집단의 반발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또한 이럴 경우,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횟수 측면에서 역대 2위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횟수는 총 66건이다. 이 중 이승만 대통령이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고 박정희, 노태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5회와 7회 그리고 6회의 거부권을 행사했을 뿐, 다른 대통령은 거부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거나 2회 이하로 행사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정도 시점에서 다수의 거부권을 행사해, 최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록을 깬다면, 국민은 대통령이 입법권을 위축시킨다고 생각해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 요새 여당이 툭하면 행정 권력에 의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야당이 단독으로 특정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면 여당은 퇴장하고, 이후 대통령에게 재의를 요청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민주당이 수로 밀어붙여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에만 의지하려고 하는 것 역시 볼썽사납다. 야당이 수로 제압하려 하면 여당은 필리버스터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일단은 저항해야 한다. 이런 식의 저항 없이 그냥 퇴장하고 이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크게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문제점으로 국회의 무력화를 들 수 있다. 민주당이 수를 앞세워 ‘합의제’로 운영돼야 할 국회를 ‘다수제’로 운영하는 것도 국회를 무력하게 만들지만,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사용해보지 않은 채 행정 권력으로 달려가는 것도 국회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한마디로 여야 ‘협치’로 국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여당이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잦을수록 중도층 지지를 얻기 힘들어진다. 여당은 당 지지율도 신경 써야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내년에 있을 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면 여당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권 1년 평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 구도가 달라질 테다. 객관적, 중립적 입장에서 내년 총선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여소야대가 되건 여대야소가 되건, 21대 국회와 같이 지나치게 한쪽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의석이 치우치면 21대 국회처럼 정치를 사라지게 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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