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로 시작해서 임성재로 끝났다

고봉준 2023. 5. 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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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가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골프장에서 끝난 KPGA 코리안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았다.. 사진 KPGA

그야말로 완벽한 4년만의 ‘국내 나들이’였다. 연일 몰려든 갤러리부터 화려한 이글쇼 그리고 극적인 역전 드라마까지.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임성재(25·CJ)가 모처럼 찾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에서 다시 정상을 밟았다. 임성재는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골프장에서 열린 우리금융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로 4언더파를 기록하고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역전 우승을 일궜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 최진호(39)에게 5타 뒤졌지만, 마지막 날 후반 승부처에서만 이글 1개와 버디 3개로 5타를 줄여 우승상금 3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임성재는 마지막 국내 무대이자 우승을 차지했던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코리안 투어 2승째를 올렸다. 무엇보다 자신의 후원사인 우리금융그룹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정상을 밟아 의미를 더했다.

이번 무대는 임성재로 시작해 임성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성재는 국내팬들을 만나기 위해 잠시 고국을 찾았다. 당초 지난해 이 대회를 뛰려고 했지만, 1라운드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1년을 더 기다렸다. PGA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두고 올 시즌에도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임성재를 보기 위해 페럼 골프장에는 나흘간 2만여 갤러리가 몰렸다. 화창한 날씨가 반긴 마지막 날에는 1만1213명이 찾아 장관을 이뤘다. 그리고 남자골프 세계랭킹 18위 임성재는 국내팬들에게 극적인 역전 우승을 선물했다.

경기는 혼전 양상이었다. 11언더파 단독선두 최진호가 234야드 거리의 3번 홀(파3)에서 소위 ‘양파’라고 불리는 트리플보기를 기록해 흔들렸다. 티샷이 짧았고, 연속된 어프로치 실수로 3타를 잃었다. 4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기록해 8언더파 이준석에게 단독선두를 내줬다. 이후 이준석은 안전한 파 행진으로 1위를 지켜나갔다. 그러나 후반 들어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반 1오버파로 부진하던 임성재가 살아났다. 파4 11번 홀에서 1타를 줄인 뒤 12번 홀(파5)에서 회심의 이글을 잡았다. 임성재는 먼저 호쾌한 드라이버샷으로 292야드를 보냈다. 이어 컵까지 288야드가 남자 3번 우드로 그린을 공략한 뒤 네 발자국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갤러리의 환호를 끌어냈다. 또, 13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 이준석과 9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임성재가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골프장에서 끝난 KPGA 코리안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았다.. 사진 KPGA

이때부터 시작된 임성재와 이준석의 2파전. 둘은 17번 홀(파4)까지 파를 지키면서 쉽게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희비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갈렸다. 임성재가 멋진 벙커샷으로 버디 찬스를 잡았다. 그러자 앞서 투 온을 해낸 이준석도 임성재 마크 바로 앞으로 공을 붙여 응수했다. 먼저 퍼터를 잡은 임성재는 침착하게 버디를 낚았다. 그런데 더 가까운 거리의 이준석의 퍼트가 컵을 빗겨갔다. 임성재가 판정승을 거둔 순간이었다.

임성재는 “전반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후반을 앞두고 스코어보드를 봤더니 선두와 타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더라. 이때부터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대회 내내 정말 많은 갤러리가 와주셨다.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다. 팬들이 계셔서 우승할 수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출전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번 우승으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기쁨을 팬들과 나눴다. 다시 미국으로 떠나는 임성재는 “내일 바로 출국해서 18일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을 준비한다. 가자마자 연습라운드가 있다. 컨디션으로 봤을 때는 많이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수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선 임진희(25)가 15언더파 201타로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쐐기 버디를 잡아 14언더파의 박지영(27)을 제쳤다. 마수걸이 우승을 노렸던 루키 방신실(19)은 막판 연이은 샷 실수를 범해 13언더파 공동 3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여주=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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