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과 싸울때 부작용 생겨"…한동훈 '참여연대 설전' 속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인 진보계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치열한 공개설전을 벌여 정치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참여연대가 저를 ‘정치검사’라고 했는데 이 말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잘 보이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검사’”라며 “제가 20여년간 한 수사 중 단 한건이라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참여연대가 한 장관을 향해 “왜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자 이를 받아친 것이다.
설전은 참여연대가 10일 ‘윤석열 정부에서 교체되어야 할 고위공직자’ 설문조사 1위로 한 장관을 꼽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한 장관은 곧바로 “왜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발끈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다음 날 “한 장관의 법무부를 공정한 국가기구로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는데, 한 장관도 “참여연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에는 한마디도 안 한다”고 맞섰다.
정권 실세 법무부 장관과 시민단체가 사흘 동안(10~12일) 다섯 차례(한 장관 3번, 참여연대 2번)나 입장을 내며 충돌하는 이례적 장면을 연출하자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국민의힘의 수도권 초선 의원은 “한 장관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김남국·김의겸 의원 등과 국회에서 설전을 주고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늘 1대1로 야당 의원을 상대하다보니 한 장관의 무게감이 상대와 비슷해지는 부작용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번엔 한 장관이 개별 의원이 아니라 참여연대 같은 좌파의 핵심 조직과 충돌해 자신의 체급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오는 17일이 장관 취임 1주년이니만큼 여론 주목도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있다. 영남권 재선 의원은 “보통 어지간한 정치인들은 시민단체가 자신을 비판하면 억울해도 ‘건드려봐야 나만 손해’라고 보고 참기 마련인데 한 장관은 그러지 않는다”며 “이를 통해 강단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때리며 지지층 결집…“중도층도 움직인다”
참여연대에 비판적인 보수층을 결집하고, 자신의 지지세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참여연대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에서 사실상 인력과 정책을 공급해 온 ‘풀(Pool)’ 역할을 해 온 만큼 다른 경우보다 더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경남권 중진 의원은 “역대 민주당 정권은 참여연대와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그들의 정책을 받아들였고, 참여연대 출신도 정권 요직에 많이 앉았다”며 “한 장관이 이 고리를 집중적으로 타격해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12일 입장문에서도 “참여연대는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며 몰아붙였다.
부산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참여연대가 변질했다고 보는 중도층도 환영할 이슈”라고 했다.
참여연대 입장에서도 한 장관과의 충돌이 나쁠 것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최근 1~2년 존재감이 확 줄었는데 이번 한 장관과의 설전으로 진보진영 내 주목도가 커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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