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수사 시나리오 3가지…"핵심은 정치자금법 위반"

하준호 2023. 5. 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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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마브렉스·클레이페이·메타콩즈·폴리곤·젬허브…. 그 이름도 생소한 이 암호화폐(이하 코인)들은 모두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블록체인상 전자지갑 속 거래내역에서 발견됐다. 지난 5일 김 의원이 수십억원대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코인 전문가의 분석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들이다. ‘에어드롭’(코인 발행사나 거래소가 신규 코인을 홍보하기 위해 일정 물량을 무상으로 제공) ‘P2E’(Play to Earn·게임으로 얻은 아이템을 암호화폐로 활용) 등 업계 용어가 뒤섞이며 언뜻 복잡한 듯 보이지만, 검·경의 수사로 규명될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코인 이상거래 의혹 논란에 더불어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뉴스1


보유한 코인, 그 자금의 출처는


수사가 진행된다면 가장 먼저 초점이 될 것은 김 의원이 위믹스 등 다양한 코인을 직접 사들였느냐 누군가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것이냐다. 그냥 받았다면 직무상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뇌물죄, 대가성이 불분명하더라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학회 등 일각에서 제기한 입법로비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게임 관련 코인을 상당수 보유하면서 게임업 관련 입법에 참여하거나 토론회를 개최한 김 의원도 뇌물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김 의원과 게임업계는 이 같은 로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는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이 가능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가 지난해 10월 김 의원의 코인 거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코인 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적용한 혐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 김 의원이 14일 탈당계를 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김 의원이 ‘에어드롭’을 통해 무상으로 코인을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에어드롭은 ‘클레이스왑’이라는 가상화폐 예치 서비스를 통한 것”이라며 부당하게 취득한 게 아니란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공개된 거래 내역만 보면 에어드롭을 포함해 코인 보유 자체에 대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는다”면서도 “그 많은 코인을 매집한 자금의 출처는 아직 명확히 소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결국 출처를 밝히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는 지난해 12월 8일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됐지만, 두 달 만인 지난 2월 코인원에 단독 상장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코인 투자 전 미공개정보 받았나


대중적 관심은 무상 취득 여부에 만큼이나 김 의원이 이들 코인을 사들일 때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이용했는지에도 쏠리고 있다. 위믹스 9만7000여개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1년 10월은 위믹스가 업비트에 상장되기 불과 3개월 전이고 그 사이 위믹스 가격은 20배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또 넷마블이 발행한 마브렉스 코인이 상장(지난해 5월 6일)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21~26일 해당 코인을 1만9000여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가 지난해 2월 5만7000여개를 매수한 메타콩즈 코인도 그 뒤 가격이 2.5배 상승했다. 코인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는 “김 의원에게 펌핑(pumping) 정보, 상장 정보를 준 정황이 보인다”며 “해당 정보로 어떤 코인을 매매했는지, 정보를 준 주체가 무엇인지, 해당 코인의 펌핑으로 거래소 내 이득을 본 계정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행위지만 코인의 경우 증권형 토큰이 아닌 이상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없다. 주식에 상응하는 거래규제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선 가상자산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준(準)하는 규제를 적용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논의 중이지만,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 하더라도 소급 적용하긴 어렵다. 법조계에선 공직자로서 취득한 비밀을 자산 취득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구(舊) 부패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코인 상장 등의 정보를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정엽 변호사(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기소할 순 있겠지만 입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해 감시망에 들여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7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이상거래 통보를 받은 뒤 수사에 착수,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코인 거래소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거액의 코인 보유 사실만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3차 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별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위믹스 사기 인정되면 김남국도 공범일까


위믹스 투자자들은 지난 11일 발행사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를 사기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장 대표가 위믹스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기망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수사를 통해 장 대표가 사기 혐의로 처벌된다면 김 의원도 공범이 될 수 있을까.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의원이 코인 발행주체와 공모공동정범이 되려면 암묵적으로라도 범죄 의사와 행위에 대한 상호간의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며 “김 의원과 코인 발행주체 사이의 만남이나 통화 등 교류가 확인되지 않는 한 적용하기 어려운 혐의”라고 말했다. 아직 김 의원이 코인 사업 초기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여해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다거나 코인 시세를 띄우기 위한 시장조성(MM) 과정에 참여했다는 정황은 드러난 것이 없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0~11월 두 차례 법원이 기각했던 김 의원의 전자지갑과 관련한 압수수색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인지한 것뿐 아니라 관련 고발사건도 접수된 만큼 보다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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