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게 다이아였어요?" 훔쳐놓고 길가에 버린 황당 도둑
지난 2일 오전 2시50분쯤, 경기 의정부시 한 금은방의 무인 경보장치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누군가 망치로 금은방 유리문을 부수고 귀금속을 훔친 것이다. 범인은 곧장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경찰은 금은방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인천에 사는 A씨(50대)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가 타고 도주한 차량 역시 도난 차량으로 확인됐다. 추적에 속도를 낸 경찰은 이틀 만인 지난 4일 오전 인천의 한 모텔에서 자고 있던 A씨를 발견하고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훔쳐서 가지고 있던 물건들도 되찾아 금은방 주인에게 돌려줬다. A씨가 팔아 넘긴 장물만 회수하면 사건은 일단락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생겼다. 금은방 주인은 “도둑 맞은 물건 중 다이아몬드 20개가 든 보석함도 있었다”고 했지만 경찰이 A씨로부터 회수한 물품에도, 장물거래 목록에도 해당 보석함은 없었다.
범행을 자백한 A씨 역시 처음엔 “다이아몬드가 담긴 보석함은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자칫 보석함의 존재도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경찰의 추궁이 계속 이어지면서 결국 A씨가 입을 열었다. “금은방에서 가지고 나온 상자가 하나 있긴 했는데, 명함만 가득 들어있어서 지갑과 같이 동부간선도로 수풀 쪽에 던졌다”고 말한 것이다.
경찰은 A씨가 버린 상자가 ‘다이아몬드 보석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다시 수색에 나섰다. A씨가 범행 이후 도주하면서 이용한 동부간선도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지난 8일 오전 가드레일 넘어 풀숲에서 꽃무늬가 새겨진 보석함을 발견했다. 범행 일자로부터 6일이 지났지만 명함이 가득 쌓인 보석함 아래 칸엔 다이아몬드 십 수개가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
금액을 정확하게 환산하긴 어렵지만, 갯수는 A씨가 처분하거나 가지고 있던 귀금속보다 많았다. 훔쳐서 가져간 것보다 버린 보석이 더 많았던 것이다. A씨는 “지인 등에게 빚이 많아 범행을 저질렀다. 의정부의 지인 집을 찾을 때마다 눈여겨보던 금은방이었는데, 범행 장소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훔친 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중 일부를 팔아서 빚을 갚는 등의 용도로 썼다”며 “버린 상자에 다이아몬드가 들어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12일 특수절도 혐의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보석함을 버린 장소가 다행히 도주로 초입이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보석함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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