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법 테두리 들어온 가상자산…시장 질서 규제 보완 '2단계' 입법도 추진
가상자산의 법제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국회에서 잠자던 관련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빠르게 처리됐다. 피해 규모가 50조원에 이르는 테라·루나 사태와 서울 강남 납치·살인사건에 이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코인 의혹’까지 벌어지면서다. 이번 법안은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1단계’에 해당한다. 국회는 시장 질서 규제를 보완한 2단계 법안의 입법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 2020년 6월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시작으로 그간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9건을 통합·조정한 내용이다.
법안은 우선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 등 그간 사용된 여러 표현은 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은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미공개 주요 정보 이용 행위, 시세 조정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 부과 등에 처해질 수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불공정 거래로 얻은 이익의 2배 상당 내지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법안은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집단소송 요건이나 절차 등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을 준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사업자에 여러 의무도 부과했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고객 예치금의 예치신탁을 비롯해 고객 가상자산과 동일 종목, 동일 수량의 보관, 보험공제 가입 또는 준비금의 정비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한국은행의 자료 요구권도 포함한다. 가상자산이 통화는 아니지만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에 참고하고 금융안정 정책 수립에 필요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가상자산사업자의 감독·검사권은 금융위에 부여한다. 구체적인 검사 방법과 절차, 결과 조치기준 등은 추후 금융위가 고시한다.
정무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이르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이번 가상자산법은 1단계 입법으로 향후 2단계 입법이 뒤따른다. 큰 이견이 없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1단계)를 중심으로 우선 입법을 한 뒤, 향후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시장 질서 규제(2단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기본법 제정 전에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가 우선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논의가 돼서 그 내용 중심으로 지금 의결이 된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1단계 법안이 의결된 만큼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상장 등 가상자산업권 전체를 다루는 2단계 입법은 글로벌 흐름에 맞춰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이번 법안은 가상 자산을 제도권으로 들인 최초의 법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시장 질서 규제와 함께 산업적 측면에서 가상자산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아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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