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것" 선긋는 日 '준검증' 원하는 韓…시찰단 추가 협의

정진우 2023. 5. 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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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벽이 떨어져 나간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 [공동취재단 제공]

한·일 양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점검할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현지 활동 기간을 이틀에서 나흘로 늘린 가운데 시찰의 범위와 방법을 둘러싼 실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방사능에 오염된 빗물·지하수를 인체와 해양 환경에 무해한 수준으로 정화해 이르면 오는 7월 해양 방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세슘·스트론튬 등을 걸러내고, 트리튬(삼중수소) 등은 바닷물에 희석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오염수가 해양 방류를 위한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들어 일본은 오염수가 아닌 ‘알프스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정부가 일본의 이 같은 방류 계획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재차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강조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신뢰하려면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은 지난 12일 국장급 회의를 열고 약 20명 규모의 시찰단을 나흘간 파견키로 합의했다.


"오염수 정화설비 작동 점검 필요"


한일 양국은 지난 12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을 위한 한일 국장급 회의를 개최했다. 1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시찰단의 시찰 범위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르면 이번주 중 추가 화상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동취재단
정부는 시찰단이 사실상의 안전성 검증에 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관련 시설과 정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일본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공식 검증과는) 별도로 일본이 오염수 정화설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에 대한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지난 13일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MBC라디오 인터뷰)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난 12일 국장급 회의에서도 우리 측은 ▶알프스를 비롯한 정화 설비의 기능 ▶오염수 정화 과정 관측 역량 ▶오염수 방류 관련 시설 운영 현황 등을 시찰단이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문제는 오염수 방류의 경우 한·일 양자 현안이 아닌 국제적 이슈란 점이다. 오염수 정화·방류 과정을 검증하는 권한 역시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원자력기구(IAEA)아 가진다. IAEA는 2021년 7월 11개국의 원자력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검증단을 꾸렸는데, 한국 전문가로 김홍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포함됐다. IAEA 검증단은 지난해 5월부터 5차례에 걸쳐 발표한 중간 보고서에 이어 오는 6월 최종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검증' 아닌 '설명' 강조하는 日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시찰단 활동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일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범국민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서명에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 뉴스1
특히 일본은 한국 시찰단에 검증 권한을 부여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검증 절차를 요구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 앞서 후쿠시마 원전에 시찰단을 보낸 태평양도서국포럼(PIF)과 대만 역시 일본 측이 주관하는 설명회에 참석하고 해저터널과 오염수 탱크를 살펴보는 일정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한국 시찰단의 성격에 대해 ‘안전성 검증’이 아닌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설명’이라고 선을 그은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개별 국가의 검증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이 같은 개별적 검증 자체가 IAEA 검증 절차의 신뢰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정부는 IAEA 검증단과 별개로 시찰단이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어야 국민적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설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추가 협의'


후쿠시마 원전에는 현재 방사능 오염수 132만톤이 저장돼 있다. 일본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이를 해양 방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일본은 지난 12일 국장급 회의 역시 그 명칭을 ‘설명회(briefing session)’로 표현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의 경우 한국 등 특정 국가와의 협의 사항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한·일 양국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시찰단의 활동 범위와 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 회의를 다시 열 예정이다. 다만 일본의 완강한 입장을 감안할 때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 정화 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시설에 접근하거나, 해양 방류 전의 오염도 정보를 직접 측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속히 실무자 간 화상회의를 통해 추가 협의를 해 시찰단 방일 관련 필요한 사항들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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