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장해등급 결정에 비전문가 참여" - "문제 없다"
[윤성효 기자]
▲ 근로복지공단. |
ⓒ 윤성효 |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의 장해등급 판정에 비전문 분야의 의사가 참여해왔다는 의사의 폭로가 나왔다. 공단 측은 "공정한 장해진단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고, 해당 병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4일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에 근무했던 의사가 제보하고 전날 폭로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해진단 운영 실태를 전국적으로 조사할 것을 촉구하며 국민감사청구 입장을 밝혔다.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보험 급여 등을 받으려면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의 장해진단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장해진단회의는 해당 병원 근무 의사의 협의체로 구성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에 따르면, 의사 ㄱ씨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에서 2017년 3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장해진단회의 협의체에 참석해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장해등급 결정에 참여해 왔다. 그가 협의체에 참석하던 당시 장해진단회의의 심의 대상은 대부분 치료가 끝나고도 후유증이 남은 척추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산업재해 환자들이었다.
그는 "병원은 장해진단회의가 (공단 산하 병원으로) 이관된 초기부터 대상 질환과 전혀 상관없는 자신에게 회의 참석 요구했다"며 "처음에는 사업의 성격과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하였기에 협의체 회의에 참석을 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의 방식은 진행자가 결정을 제안하면 나머지 참여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만장일치제로 진행이 되었다. 척추질환·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무한 저에게는 결정의 합당성을 파악할 능력이 부족하여 단 한 건의 이의제기 없이 전부 동의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회의 참여를 이유로 저의 서명이 기록된 진단서가 발부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병원에 회의 배제를 꾸준하게 요구하였다"고 밝혔다.
ㄱ씨는 "병원은 대상 질환의 전문의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의 규정에 의해 제가 배제가 되면 협의체 성립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협의체 참여 의사가 한 명이라도 늘면 협의체 수가 증대로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저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2020년 8월경 대상 질환의 전문의로만 구성이 되는 새로운 협의체가 구성이 되어 저는 더 이상 회의 협의체에 참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의사 ㄱ씨는 외과전문의로 28년간 외과 환자를 진료·수술해왔고,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에서 2017년 1월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 근무했다. 그는 복부외상·질환, 항문질환, 유방, 갑상선질환, 혈관질환을 담당해 왔고, 척추질환, 근골격계질환은 진료나 치료를 하지 않았다.
척추질환 전문의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이고, 근골격계질환 전문의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이며, 영상소견이 필요하면 영상의학과가 추가될 수 있다. 장해진단협의체는 최소 의사 3명과 재활전문간호사 1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협의체 불참 이유로 근로계약해지 통보" - "참여 자격 있어 문제 없다"
그런데 해당 병원은 2021년 6월경 ㄱ씨한테 회의 협의체 재참여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그는 "불참의 정당한 이유를 내용으로 하는 답변서를 제출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협의체 불참을 주된 이유로 근로계약해지를 통보하였다"고 했다.
ㄱ씨는 "해당 병원은 요양검토회의와 장해진단회의 협의체에 아직도 대상 질환과 전혀 상관이 없는 비전문가인 외과의사와 신경과의사를 참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해당 병원은 의료기관이 가져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버리고 장해진단협의체와 요양검토회의를 운영해 온 것에 대해 명백하게 책임을 져야 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장해등급과 요양 검토 결정 과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며 전국 실태 조사와 국민감사청구를 통한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 관계자는 14일 "장해진단 협의체는 공단에서는 알 수 없고, 병원에서 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공단 본부에 보고하겠다"며 "공정한 장해진단을 위해 장해유형별 3인 이상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불법적인 부분도 없고 정부 지침에 따라서 하고 있다"며 "장해진단은 전문의 가운데 산재 보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협의체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ㄱ씨는 전문의이고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했기에 장해진단 관련 회의에 들어갈 수 있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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